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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1969년 서울 출생 △1993년 성심여대 회계학과 졸업 △2001년 영화진흥위원회 극영화시나리오 공모 우수작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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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그건, 어느 유명한 작가가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다만 그 문장을 노란색 포스트 잍에 그대로 옮겨 적은 후, 모니터 위 한가운데에 붙여놓았을 뿐이다. 학창 시절, 액자에 끼워져 교실 정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그것도 항상을 걸려있었건만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급훈 정도로만 여겼었다, 처음엔.

창문을 요만큼만 열어놓아도 바람에 마구 날리는 포스트 잍이 못 미더워서 투명 테이프로 덧붙여 양쪽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헌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옆의 투명테이프를 손톱으로 긁다가 만 흔적이 있다, 너무 부담스러워 떼어버리려고 하다가 그만둔 것이 수 차례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실행에 옮기기는 거의 불가능한 방학 생활계획표를 동그란 원 안에 빼곡하게 그려 넣은 다음, 내가 그린 원 안의 계획들에 스스로 질려 버린 그 느낌이었다. 글을 쓸 때마다 이 문장과 마주해야한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그만큼이나 버겁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희망하고, 항상 절망하기에. 게다가 매일매일 쓰지 못한다. 그래서다.

허나 아무런 희망도 절망도 없이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할까? 선뜻 '답은 이거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그럴 수 있을 때까지는 글을 써야겠다는 동문서답 뿐.

모르긴 해도 당사자인 아이작 디네센(Isak Dinesen)도 설마 처음부터 그렇듯 도인처럼 글을 썼겠는가하고, 스스로를 추슬러 가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당선소감이 아니라, 각서나 반성문이라도 쓰는가 싶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또 감사드리며. 힘겹게 지켜봐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 뿐 이다. 나보다 더 기뻐하시는 아버지께 많이 죄송할 따름...그리고 멀리 가있는 친구에게도.

언제 마지막으로 교회에 갔었는지도 아득한 '교인'이지만,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글쓰겠다는 나를 많이 걱정하셨던, 실은 그래서 더욱 기뻐하실, 보고 싶은 그리운 어머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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