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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1974년 서울 출생
△1999년 서강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현재 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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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전화를 받고 나서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李箱의 글귀를 떠올리고 있었다―'사람이 秘密이 없다는 것은 財産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당선 전화가 순식간에 나의 비밀을 날려버린 것 같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게 있어서 글쓰기란 일종의 '작고 확실한 행복'과 같은 것이었는데 적어도 이번 경우에는 덩치가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일인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기를 쓰고 썼는데 막상 남에게 보여지고 나서 가난함과 허전함을 느낀다니 (어쩌면 두려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색약 환자―환자가 맞나?―에게 세상은 참으로 답답한 것이다. 적색과 녹색 혹은 청색과 녹색의 차이를 미묘한 차이라고 느끼는 것이 그들을 다르게 만든다. 그들은 자신이 보는 세상의 빛깔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그 빛깔일까 하는 궁금함과 진정한 색깔을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같은 시선 속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들. 하지만 그 때 누군가 당신이 보는 색깔이 본래 색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혹은 좀 지나치지만 당신은 보다 민감하게 색을 감지하고 있다고 말한다면―정말 유쾌한 상상이다 (적어도 나와 같은 적록 색약에겐). 그리고 나의 비밀은 이러한 유쾌한 상상을 위해서 사라진 것이다.
다른 세계들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 같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다른 세계는 이 세계 전체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끊임없이 여기에서 거기를 꿈꾸게 하면서 '전체이거나 부재하는 다름'에 대해 매력적으로 이야기한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나의 삶에 다양하게 걸쳐있는 많은 사람들 (물론 그들은 내가 자신들의 삶에 걸쳐있다고 생각하겠지만)―교수님들, 친구들, 선배, 후배. 친척. 그리고 무엇보다 초라한 글을 가능케 해준 영화감독님들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마지막으로 긴 세월을 같이 한 나의 가족과 뚜리에게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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