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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혹은 시간의 담론-
‘봄날은 간다’
  - 이재현


1.

허진호의 영화〈봄날은 간다〉는 사랑에 관한 담론, 그 중에서도 사랑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담론이다. 그러나 '사랑'에서 '상처와 치유'에 관한 지점으로 약간만 시선을 돌리면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담론이 된다. 영화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와 치유는 곧 기억과 망각에 다름 아니고 영화는 끊임없이 기억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진호의 영화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사랑이 시간으로, 시간이 사랑으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사랑과 시간의 이동은 명백히 구분되는 것이 아닌 서로에게 끊임없이 스며드는 삼투압 현상과 같은 것이고 영화는 단지 외형적으로만 시간을 덮어 쓴 사랑의 담론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사랑이 드러나는 곳에는 시간이 존재하고, 시간이 감지되지 않고서는 사랑이 드러날 수 없다. 때문에 허진호는 독특한 방식―시간으로 쓴 사랑이야기 혹은 사랑으로 쓴 시간이야기―으로 사랑과 동시에 시간을 성찰한다. 하지만 사랑과 동시에 시간을 성찰하는 무수한 담론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의 담론이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성찰이 영화라는 장르에 고유한 미학적 형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봄날은 간다〉는 단순히 영상미라고 불리어지는 서정성의 차원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이후로 밝혀지겠지만〈봄날은 간다〉는 영화라는 매체만이 포착/창출해 낼 수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통해서 사랑과 시간의 담론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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