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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령
도정일(문학평론가·경희대 영문과), 이문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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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쳐 올라온 8편은 모두 나름의 기량과 품격을 갖춘 것이었으나 결심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추풍령>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리비아, 천 구백 팔십 팔 년> <풍서방네 개구멍>이었다.
그 중에서도 <리비아…> <풍서방…>은 배경은 전혀 달라도 일종의 세태 소설로서, 그런대로 무리없이 짜여지고 오랜 연마의 흔적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춘문예 같은 현상응모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우위이다. 두 작품 모두 그 자체로서의 흔치않은 완결감과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교우위를 확보할 만한 두드러짐이 없어 먼저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모든 사라지는…>는 90년대 운동권의 해원(解寃) 의식을 전통의 무속(巫俗)과 연관시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있고, 풍부하게 구사된 용어나 세밀하게 묘사된 제의관습은 무속신앙에 대한 만만찮은 천착과 경험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해원의 구조가 유효한 주제로 가능할 수 있는 것인가에 의문이 있고, 구성도 너무 평면적이어서 끝내 <추풍령>에 밀리게 되었다.
<추풍령>도 아쉬운 곳은 많다. 연령이나 지적 수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듯이 들리고, 개인사와 가족사가 사회성(社會性)과 만나는 방식도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성실한 진술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엄밀하면서도 푸근한 시선이 호감을 주었고, 안정된 문체도 심사위원들의 믿음을 샀다. 현란한 현대성(現代性)에 주눅들어하지 않고, 간드러진 자기현시(自己顯示)의 유혹에 흔들림이 없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으로 보였다. 보다 치열한 정진이 있기를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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