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2017
2016
2015
2014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999
1998






조 민 희
74년 경북 김천 출생
97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나는 지금 신촌 맥도널드의, 내가 늘 앉는 그 스툴에 앉아 당선소감이라는 것을 쓰고 있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겠으니까 딴전을 부리느라,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창밖의 거리풍경에 눈길을 던지곤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거짓말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모양이다. 그리고 내겐 생각지도 못했던 이 큰 선물..... 97년 대학을 졸업하던 그 겨울엔, 앞으로 소설이 내게서 많은 것을 앗아가고 버거운 짐을 지우리라 믿었었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가리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다녔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정작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서툰 인생살이였지 소설이 아니었다. 소설은 차라리 어려운 순간에 나를 지탱해주었고 또 기다려 주었다. 힘겹게 뻗은 나의 손을 잡아 쥐어 주었다. 확실히, 나는 소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소설은 내게 아픔을 줄 것이다. 사랑해 준 만큼 외롭게 할 것이고 기다려 준 만큼 기다리게 하겠지. 사랑 받았으므로 치러야 할 대가가 남아있다. 그 점을 결코 잊지 않겠다. 지금으로서는 그 말밖엔 다짐해 놓을 말이 없다. 끝까지 나를 믿고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지난 주말, 팔순생신에 뵈었을 때, 세상 최고의 업은 누가 뭐래도 글쓰는 일이라고 말씀하셔서 이 손녀를 눈물나게 만드신 할아버님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최초의 독자이자 평자인 두 동생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희망을 주는, 사랑스러운 얘길 써서 성탄 선물로 달라던 막내의 말에 쿡, 웃었었지만, 실은 그 말이 나를 움직이던 제 1 지령과도 같이 되어 버렸음을 고백한다. 이 작은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다.

 

 

Copyright 2002 donga.com. E-mail.sinchoon@donga.com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