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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서 본 거리>을 뽑고나서
김혜순(시인), 이남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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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쳐서 본심 심사위원에게 전달된 25명의 작품을 찬찬히 읽었다. 모든 시들이 일정한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그 중에서 단 한 사람의 한 편을 고르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틀린 문장이 더러 눈에 거슬렸고, 장식에 치우쳐 시 한 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기조차 힘든 시들이 있었다. 깔끔한 소품도 더러 눈에 띄었으나, 그 소품에 들어찬 사유의 깊이 혹은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기교에 치우치거나 아니면 너무 표피적인 상황 묘사, 상투적 세계 인식이 거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소 거칠지만 신인으로서의 패기, 순수한 정열을 내비치는 작품을 발견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진솔한 개성을 발견하는 기쁨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최종적으로 '풍선' 외, '풍경의 연극' 외, '이층에서 본 거리' 외, '저녁으로의 산책' 외, '돌의 산란' 외 등이 거론되었다. '풍선'외는 안정감이 있고, 비유적인 공간의 제시도 훌륭했지만, 현실적 정황의 제시가 막연하고, 시상을 이끌어가는 뒷심이 부족했다.

'풍경의 연극' 외는 기교가 빛나지만, 전체적으로 모호했고, "저녁으로의 산책" 외는 추상적, 상투적 어구들이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시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렸다. "돌의 산란" 외는 시안에 뛰어난 비유적 묘사력을 보여주는 구절들이 눈에 띄었지만 구성이 밋밋한 것이 흠이었다.

전체적으로 '이층에서 본 거리' 외는 침착한 관찰력과 욕심부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묘사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들이 가진 즉물적 상상력도 좋지만, 그 즉물성이 시대적 삶에 대한 암시까지 겸하고 있었다. 너무 기교만 부리고, 장식에 매달린 작품들보다 오히려 이렇게 가라앉은 묘사를 하는 작품이 돋보였다.

그러나 시의 뒤로 갈수록 긴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산문적으로 풀어진 것이 흠이었다. 장 시간의 논의 끝에 "이층에서 본 거리"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이번에 당선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 격려를,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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