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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을 뽑고나서
박완서(소설가), 김화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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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에서 올라온 열한편의 단편은 수준이 그만그만해서 당선작을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경험이나 사색에서 우러난 절실함이 빠져있어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썼을까 감이 안잡히는 게 가장 괴로웠다.

문학지망생들이 소설을 만드는 기교 위주로 문학교육을 받은 결과 하향평준화된 게 아닌가하는 주제넘은 걱정까지 머리를 스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예년과 달라진 작품 경향 때문이었는지 예년에 비해 장시간 논의를 한 끝에 당선작으로 결정한 노재희씨의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또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택시를 몰라다 버스로 전업한 운전기사 이야기인데 운전중 참을수 없는 생리현상으로 승객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급한 일을 해결하고 돌아와보니 버스가 승객과 함께 온데 간데가 없다. 사라진 건 버스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가장 익숙한 버스회사나 교통신호체계까지도 없어지거나 뒤바뀌어있다. 단골가게는 그가 익숙한 방법으로 연 문이 열리지않을뿐 아니라 유리창 밖에 선 그를 주인할머니의 시선은 마치 투명인간 보듯 무심히 스쳐간다. 이제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 그러나 그가 당도한 그의 아파트 단지는 낯익었지만 4호 라인 자체가 없는 아파트이다. 그는 4호라인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섬칫하도록 치밀한 리얼리즘을 획득하고 있는 처럼 느껴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건 아마 이 사회의 부품으로 살아갈 수 박에 없는 현대인 공통의 잠재의식과 악몽을 적나라하게 들어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에게서 사라진 사물들이 어디로 갔을까, 라고 묻지않고 그는 어디로 갔을까,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서희(본명 이순희)씨의 '남아있는 나날들'도 놓치기 아까웠다. 고부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소설에서 점점 희박해가는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연민어린 응시가 있어 뭉클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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