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2018
2017
2016
2015
2014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999
1998






<길-아름다운 동행>을 뽑고나서
도정일(문학평론가), 이문열(소설가)

-----------------------------------------------------------------------------------
본선에 올라온 여섯 응모작들 가운데 논의 대상이 된 것은 [여름사냥꾼](강동윤), [눈의 자취](조이안), [메세지](장혜영), [길--아름다운 동행](홍은경)의 네 편이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을 소재로 한 [여름사냥꾼]은 사회와 군대라는 서로 다른 서열질서 사이의 갈등을 상당한 재치와 비판적 감각으로 다뤄낸 작품이다. [눈의 자취]는 실종한 사냥꾼을 구출하기 위해 눈덮인 겨울산 골짜기로 들어갔다가 그들 자신 조난하는 다섯명의 구조대원들이 위기 상황에서 서로 공개하는 작죄의 압축적 고백록이고, [메세지]는 전자통신함에 들어온 어떤 알 수 없는 메시지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소설쓰기의 성패는 어떤 기발한 소재를 선택했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무슨 소재를 쓰고 어떤 제재(subject)를 다루건 간에 그것들로부터 결국 어떤 물건을 만들어내는가라는 가공과 변형의 능력이 결정적 차이를 낸다. 이 가공과 변형에 필요한 기본적 요청이 조직, 제시, 주제(theme)이다. 사건을 어떻게 짜는가가 조직이고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제시이며 무슨 문제를 던지는가가 주제이다. 조직과 제시가 기술 차원의 기량이라면 주제는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사유의 능력이다. 독창성은 현대이론에서 문제적 범주가 되어 있지만 그러나 문학의 경우 독창성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예술적 가치이며, 이 가치는 조직, 제시, 주제의 세 층위에서 모두 발휘되어야 한다.

위의 세 응모작이 최종 논의 대상에 올랐다가 아깝게 쳐진 것은 조직, 제시, 주제의 세 가지 기본 요청을 충족시키는 데 모두 조금씩,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결함들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름사냥꾼]은 훈련된 독자라면 이미 뻔히 예상할만한 결말을 깨고 나가지 못함으로써 기대 파괴에 실패하고, [눈의 자취]는 상황설정의 극적 작위성을 상쇄할만한 구성의 정교성을 실현하지 못한다. [메세지]는 암호놀이 이상의 의미 있는 '메시지'(이것이 새로운 주제이고 문제의식일 터인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입선작 [길--아름다운 동행]은 전혀 서두르는 기미 없이 천연덕스럽게, 마치 노련한 포커꾼처럼, '이산상봉'이 작중 인물들에게 발생시키는 각기 다른 문제와 효과들을 차근차근 파고들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산의 아픔을 처리하고 딜레마를 풀어나가는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당선작이 될만한 작품인데도 심사자들이 굳이 가작 입선에 묶은 것은 이 작가의 향후 발전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Copyright 2002 donga.com. E-mail.sinchoon@donga.com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