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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개념을 통해본 대중음악 표절시비의 문제점 [가작]    - 최현영(26)


[작품 요약]

'표절'이라는 용어를 쉽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이 단어가 지시하고 있는 의미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우리가 정말 '표절'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표절'이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명석판명한 개념이라면, 표절작의 판별 기준이 개인마다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수한 상황에서의 준(俊) 전문 용어처럼 사용되었던 '표절'이 요즘같이 단순한 일상어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된 사회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볼 때, 이 용어 안에 내포된 문제점들과 적용상의 한계를 고찰해보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우리는 이 용어를 매우 적대적,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90년대 들어서 표절시비는 PC통신의 위력을 등에 업고 완전히 불특정 일반 개인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여기서 불특정 다수가 표절시비의 주체가 되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그들이 비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이 아니라, 표절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표절'이라는 단어는 '도둑질'이란 표현이 동어 반복적으로 쓰인 것으로, 그것은 남의 것을 무단으로 제 것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중첩된 도둑질'이라 할 수 있다. '표절'의 정의는 결과물인 표절작보다 그러한 '범죄 행위'를 범한 표절작가에 대한 비판임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창조성을 생명으로 하는 작가정신이 전제되는 예술가가 표절시비에 휘말린다는 사실 자체가 작가로서의 삶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는 사회적인 표절시비 논의가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표절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부재한 현 시점에서 대중음악의 표절 근절을 위한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표절 시비론'의 활성화에 기대할 수 밖에 없으나 현재의 대중음악 표절시비는 "이 곡은 표절인 것 같으니 한 번 들어보시오"라는 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표절작 판단을 위한 단초가 될 수는 있으나 피상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위험한 것이라는 자각이 항상 필요하다. 판단만 있고 근거는 없는 현재의 대중음악의 표절시비가 '표절 문화 근절'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표절작을 판단하는 작업은 미학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좋은 예술 작품'을 판단하는 것과 비슷한 정신활동 영역이다. 표절작 여부를 가리기 위한 판단기준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좋은 예술'을 법으로 정의할 수 없듯이 '표절작'의 법적 기준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표절을 법이 아닌 미학적인 문제로 보는 관점은 그에 대한 논의가 현재 실행되고 있는 표절시비론의 차원을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특히 현재의 대중음악 표절시비가 비논리와 무책임으로 인하여 도리어 폭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표절 혐의작'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진지한 담론의 교환이 절실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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