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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미술의 아이덴터티    - 서기문(42)


[작품 요약]

백남준 예술철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플럭서스, 그 급진적인 아방가르드 문맥 속에서 그가 아방가르드로서 어떤 이탈과 후퇴를 보이는지, 그같은 비평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도발적인 수준에서 반예술, 반문화적 전위운동의 그 선두주자로 활약했던 백남준. 그러나 해프닝에서 비디오로 작업영역이 전환되면서 그의 예술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만큼은 후퇴, 혹은‘이탈’을 보인다.

그의 비디오아트 중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는 비디오설치.‘텔레비전의 조각적 구성'과 '영상이미지의 창조’의 조합이라는 특징을 갖는 바로 이 작업이 우선,‘비실용적 일용품으로서의 미술-오브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그 플럭서스 사상을 위배하고 있다.

또한 고정된 작품보다는 텍스트만을 제시하고자 했던 개념미술처럼 작업후 테이프 하나만 남게되는, 다분히 비물질 언어의 예술로서, 미술의 개념을 한 차원 진보시키고 있던 비디오미술. 그런 맥락을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설치작업은 후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탈의 측면은 비디오미술 자체의 장르적 속성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탈장르적 속성이 강한 해프닝같은 것에 비한다면 비디오아트는 확실히, 장르적이다.순수단일 매체로서의 비디오란 측면에서 그것은 또, 다분히 모더니즘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백남준의 경우는 모더니스트의 경향이 강한 작가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그의 비디오언어가 형식미학쪽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경향은 반모더니즘미술로서 기능했던 그의 예술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한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의 작업이 줄곧‘관객참여’라든가‘소통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지향점 속에서 이루어져 온 것은 사실이다. <장치된 TV>로 대표되던 프리비디오 시기를 지나 본격 비디오 시기에도 그의 표적은 텔레비전이었고,‘TV의 대안으로서의 비디오’에 작업의 초점을 맞추어 왔다. 비디오의 매혹적인 쌍방성에 주목하고서 부정적인 텔레비전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나 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의 경과와 함께 1980년대의‘인공위성을 통한 생방송 작업시대’그 최대의 시기를 맞으면서 그의 사회적이며 행동적인 철학은 차츰 제도권미술에 흡수되는 경향을 보인다. 감시와 통제사회의 수단으로 TV(텔레스크린)를 묘사하면서 곧 닥쳐올 기술 정보사회의 결정적 위협과 함정에 대해 경고하고 있던 죠지오웰의 소설 <1984년>을 타켓으로 삼고 나섰던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 그는 거기서 결정적으로 그동안의 TV부정으로부터 TV긍정으로 선회하고 만다. TV가 문화의 지배적인 힘으로 더욱 부상하고 있던 시기. 어느 때보다도 TV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더욱 높였어야 마땅한 그 시점에서 오히려 TV를 예찬하고 그것의 순기능쪽에만 손을 들어줘버렸던 백남준. 평문은 아방가르드로서의 그의 사회비평적기능을 의심하면서, 조심스러운 제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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