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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아름다운 동행 [가작]     - 홍은경(36)


[작품 요약]

권상훈 옹과 그의 아내 이영례 여사는 이십 년만에 이 여사의 고향을 찾는다. 평생 남편의 뜻에 순종하고 인내하며 살아온 이 여사는 남편이 성묘를 하러 가는 거라 짐작하고 아무 말없이 따라나선 참이다. 지난 광복절, 오십 년만에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온 남편이 아내의 고향을 찾는 이유가 다른 데 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몰라보게 달라진 고향 선산을 보고 감회에 젖은 이 여사는 불쑥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새댁의 꿈, 아이를 셋 정도만 낳고 싶어했던 꿈이 사십 년이 지난 오늘엔 고스란히 한이 되어 가슴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그 한을 다스리려 딸을 입양하여 키웠지만 이미 그것은 이 여사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아내의 고향 선산에 온 이유가 장인 장모의 묘소를 찾아뵙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묏자리, 죽어서 함께 누울 합장묘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이 여사는 남편이 고맙지 않았다.

딸 양희는 아버지의 고향 방문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북한 어머니와 얼싸안고 재회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을 때, 이쪽에 남아 있어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오죽할 것인가. 더군다나 양희는 자신이 친딸이 아니어서 어머니의 슬픔을 제대로 위로해드리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양희의 남편 김은 우울증에 빠진 아내가 못내 가엽다. 이미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적이 있는 아내가 장인어른의 방북으로 인해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또다시 깨져버릴까 두려워하고 있음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은 이번 만남을 하나의 이벤트로 보고 있는 터였다. 비록 김 자신도 티브이 화면에서 펼쳐지는 감격적인 상봉장면을 보고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리기도 했지만 행사를 주관한 뒷힘의 알 수 없는 정체성 때문에 개운하지 않은 것이었다. 언뜻언뜻 맡아지는 돈의 냄새도 만남의 순수성을 헤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거들고 있었다.

김은 아내 양희의 불안을 덜어주고자 장인어른이 장모님의 고향 선산에 두 분의 합장묘를 준비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그로부터 얼마 후 권 옹은 돌아간다.

어느 날 양희는 권 옹의 장남 권이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편지 안에는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권이대의 모습이 아버지와 흡사한 데 놀란다. 그래서 양희는 자신의 얼굴에도 생모의 모습이 들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며칠 후, 이 여사가 권이대의 편지를 받는다. 이대는 이 여사를 어머니로 모시겠다고 썼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안엔 권 옹의 유서가 들어 있었다. 이 여사는 남편의 유서를 보고 눈물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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