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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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솔비
△1995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마감일에 원고를 부치고 극장에 갔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봉한다는 대만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어떤 일이 막막하게 끝나 버릴 수도 있다는 게 무서워서 결말을 유예하는 쪽을 택했다. 내 세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해프닝들과는 무관하게, 나는 습관처럼 수첩과 펜을 들고 극장에 갈 거라고.

 

많은 영화들에 빚을 지고 있다. 비밀처럼 꺼내어 보던 영화들. 스무 살에는 무의식적인 척력으로 사람들을 많이 밀어냈고 필연적으로, 자주 낮아졌다. 바닥을 가늠하기 위해 영화를 틀었다.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혼잣말의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용기 내어 던지는 대화에의 암시가 아니었을까. 응답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평론 강의를 해 주셨던 정한아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탈속만이 본질이라고 믿으며 글을 멀리했던 내게, 글과 나 사이의 소중한 접점 같은 것도 있다고 평론과 들뢰즈라는 세계를 통해 알려 주셨다. 꿈결 같았던 수업 이후 일 년 동안 잔상 속에서 읽고 보고 쓰면서 지냈다. 당선 소식을 들은 날에는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의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함께 기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제 다시 모호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밀이 일상처럼 흐르는 암실 안으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섬광처럼 스치는 진실을 믿는다. 찰나를 기다리는 사진가의 근력으로 써나가겠다. 직시하면서 관조하면서 때로는 방관에 가까운 방식으로 넋 놓고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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