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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1979년 대전 출생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석·박사


그리 긴 생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는 어두웠고 앞으로도 그닥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인간으로서 혹은 일상을 견디던 나와는 또 다른 나에게, 세상이 무채색이었다면 이 말은 이상하게 들릴까. 언젠가부터 자각해왔던 그 균열은 타인에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러한 나에게 텍스트들은 스스로를 확인시켜 준 유일한 고유함이었다. 천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러한 나‘들’을 만났고 함께 울었다.

 

눈 오던 날 들려온 믿기 어려운 소식에 과거의 기억들이 꿈결처럼 밀려왔다. 한동안 접어둔 일기를 펴보니 ‘나에겐 생을 살아가기 위한 분노와 힘이 필요해’라는 구절이 손에 잡혔다. 나는 자신의 나약함을 견딜 수 없었고,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부와 음악은 스스로를 지탱할 이유가 되었다. “우리의 말이 참이라면, 불행히도 결코 끝내 이해되지 못하리라는 것도 참이다”라던 니체처럼, 늘 항상 패배하지만 ‘언어’는 언제나 지속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아둔한 제자를 격려해주시는 신범순 선생님과 조영복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여전히 모자라지만 두 스승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더더욱 부족했을 것이다. 대학원 시절 만날 수 있었던 선생님들과 동학들에게 감사드린다. 같이 음악하는 팀원들과 주위 지인들 그리고 오랜 친구인 성우가 기뻐해주었다. 문학을 공부한답시고 아둥바둥하는 자식을 걱정하시는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면피한 느낌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색깔을 부여해준 그분에게도. 헤매이던 글을 붙잡아주신 김영찬 선생님과 신수정 선생님이 안계셨다면 여전히 내 글은 머물 곳 없이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끝나지 않던 기나긴 터널에서 조금은 벗어난 느낌이다. 그저 약간 운이 좋았을 뿐이란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단지 읽고 또한 쓰며, 오롯이 불행하여 사랑하기에. 나에게는 오직 ‘그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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