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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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주
△1974년 경남 진주 출생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박사과정 재학



3개월 만의 낮잠이었다. 그 좋아하던 은행잎이 어떻게 물들어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많이 지쳐 있었다. 500년은 잔 것 같다. 일어나니 당선을 알리는 휴대폰 문자가, 떨어진 은행잎이 내게 온 것처럼 노랗게 떠 있었다.

그동안 난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내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 즉 내 아버지들은 떨어진 은행잎처럼 나를 홀연히 떠나 버렸다. 조금만 더 가르쳐주시고 가지. 아버지가 없는 나는 언제나 혼자서 그들을 공부했다. 헛발을 디뎌 넘어지기 일쑤였고, 넘어져도 혼자서 울음을 삼켜야 했다.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간신히 그들 곁에 닿을 수 있었다. 두 편의 글은 그 에서 외로이 썼다.

가을부터 들뢰즈를 읽었다. 우체국에서 원고를 부칠 때까지만 해도 들뢰즈를 읽으려고 화요일마다 설쳤던 그 아침 댓바람들이 글을 쓰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선이 되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그 안에는 영화공부 하느라 애썼던 10년의 과거가 새겨져 있었다. 오롯한 내 것이란 없었다. 공부를 한다는 건, 글을 쓴다는 건 진정 나를 떠나가는 연습이어야겠다. 내가 작아져서 얻을 수 있는 만이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임을 새로 만난 아버지들이, 그 은행잎이 가르치고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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