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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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이우걸 시조 시인

 

  동아신춘의 전통에 부끄럽지 않게 질과 양 면에서 풍성한 한해라 생각되었다. 도전적이고 젊고 의욕적인 신인을 찾아내어 우리 시조시단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생각이었다.

  적지 않은 수준급의 작품 속에서 처음 가려낸 것이 백윤석의 ‘황진이2015’, 정미경의 ‘목인(木印)’, 박화남의 ‘정석(丁石)을 읽다’, 김범렬의 ‘의류수거함’이었다. 요즘 시조들이 현대라는 의미에 너무 비중을 두어 시어들이 거칠어지고 또 수다스러워지고 있는데 비해 ‘황진이2015’의 경우 오히려 고전적인 단정함이 눈에 띄었다. ‘목인(木印)’의 경우 나무속에 새겨지는 이름의 소중한 의미를 정감 있게 노래하고 있었다. ‘정석(丁石)을 읽다’는 단수 속에 응결해낸 다산의 생애가 역동적이고 운치 있게 보였다. ‘의류수거함’에는 신산한 우리시대의 삶이 다양한 이미지로 그려져 있었다.

  다시 몇 번의 숙독과 의견 교환 끝에 ‘정석(丁石)을 읽다’와 ‘의류수거함’이 남게 되었다. 정갈한 고전미가 그만의 개성으로까지는 읽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식의 깊이가 너무 얕고 단순하다는 점에서, 앞의 두 작품을 제외시켰다.

  남은 두 작품은 확연한 개성으로 비교되어서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다산의 생애를 단장으로 그려낸 ‘정석(丁石)을 읽다’는 운치도 있고 비유도 그럴듯했고 시조의 본령이 단수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뽑고 싶은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단수를 당선작으로 내세웠을 때의 부담이 적지 않음 또한 사실이고 문화유적, 유물 혹은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빈번히 취하고 있는 최근의 시류도 꺼림칙했다. 오늘이 있고 오늘의 생활이 있는 시조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최종적으로 ‘의류수거함’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어둠을 그려내는 분장 없는 이미지가 있고 주제를 이끌어가는 역동적인 패기가 있다.

  이 시인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알 수 없지만 포즈보다는 가식 없는 삶의 현장에서 채굴되는 언어로 시조의 영역을 넓혀 가리라는 기대를 하며 대성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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