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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성석제 소설가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의 본심 진출작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은 외국의 지명과 외국어 제목, 외국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이 압도적 다수라는 것이다. 세계화와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문학적으로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생경하고 끔찍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소설이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바깥, 외국, 외계라고 해서 지금 여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결국 중요한 건 무대가 아니라 절실함과 진실함이라는 것을 여덟 편의 본심 진출작들이 보여주고 있다.

  서수겸의 ‘타코와 칠리’는 치료비가 싼 병원을 찾아 멕시코로 간 두 남녀가 현지에서 겪는 일을 보여준다. 마치 실제로 겪은 일처럼 디테일이 생생하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박다현의 ‘검정을 새기다’는 신춘문예 본심 작품에 흔히 등장해온 문신을 다룬다. 물론 이 작품에 나오는 문신은 그 전에 나온 문신 이야기와는 달리 시를 대체하는 문신이다. 시는 한 사람의 존재 이유와도 연결된다. 그런데 많은 시가 그렇듯이 그런 과정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가 뭔지 막연하다. 문신을 하는 개연성도 찾기 어렵다. 

  김진주의 ‘핼과 씬’은 얼음 위로 가볍게 미끄러져가는 스케이터처럼 빠르다. 걸리는 데 없는 젊음의 풍속, 희망이 소멸한 세계에서 절망하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으면서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면모가 살아 있다. 하지만 독자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호오가 심하게 갈릴 것 같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한정현의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단서를 모으다 보면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라는 정의를 떠올리게 되고 사라져가는 희귀 언어에서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부풀어 있는 언어 조직 속에 틈새와 구멍이 많다. 이는 독자의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하고 다의적인 울림과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면이 소설과 작가가 함께 진화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와 함께 각고면려의 정진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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