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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석
△1980년 경기 안양 출생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졸업
△2001년 경장편 소설 ‘모텔 선샤인’ 출간

  가수 이상은은 자신을 안테나에 비유한다.

  예술가는 허공중에 떠도는 좋은 영감을 잡아내 수신해주는 라디오다.

  그래서 그녀는 ‘영감을 잡아낼 수 있는 안테나가 녹슬지 않도록 남보다 부지런을 떠는 편이다’.

  여기 낡고 투박한 라디오가 하나 있다. 귀에 거슬리는 거친 잡음만 탄식과 한숨소리처럼 끊임없이 뱉어내던 고물 라디오.

  요 몇 달간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녹슬고 휘어진 안테나가 우연히 지나가던 바람의 도움을 얻어 제 역할을 하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니 라디오를 버리지 않고 품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8할이 바람 탓이다.

  어쨌든 이 라디오를 들고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이왕 떠나는 마당에 결심을 새로 한다.

  안테나를 칼처럼 갈고 닦아 허리춤에 차야겠다.

  부러 여행담을 듣고자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속여 파는 장사꾼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한없이 가벼운 나비처럼 날아다니다가, 언제라도 그들이 원할 때 날개처럼 안테나를 펴고 좋은 노래 한 곡 들려줄 수 있는 라디오.

  일단은 그것이 내가 꾸는 꿈이다.

  오래 인사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싶다.

  간혹 내가 죽은 것은 아닌가, 나조차 의심할 때 내 삶을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들.

  한 번 더 라디오를 들어보고 싶다고 웃어준 심사위원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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