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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은희경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여섯 편이었다. 대부분 기본을 갖추었고 장점도 있었다. 다듬어진 문장력,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 적절한 에피소드의 포착. 그러나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졌다. 단편에 맞는 소재를 늘려서 쓰면 글이 늘어지고 산만해지기 쉽다. 또한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힘을 주기보다 오히려 빼야 할 것이다. 분위기 있게 쓰고 싶다면 작가의 머릿속은 글로 표현된 것보다 몇 배 더 명료해야 한다. 확실히 알고 쓰는 이야기가 아니면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봉호의 ‘염소의 시간’은 독특하고 의욕적인 작품이지만 작가가 소재를 충분히 장악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난해하다기보다 난삽한 느낌을 준다. 송혜리의 ‘타르의 맛’은 주제에 접근해가는 솜씨가 돋보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자의식의 직설적 표출이 불편했다. 주인공이 겪는 아픔에 몰입이 되지 않는 것은 예상을 벗어날 만한 새로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설의 ‘삼천포에는 여자 이발사가 없다’는 개성이 뚜렷한 화법으로 능숙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러나 단편으로 압축해야 할 단순한 스토리 라인인 데다, 부조리한 세상사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전복적 유머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한바탕 소극으로 끝나버린 듯하다.

  김보배의 ‘지워지다 그린’과 김현경의 ‘이완의 자세’와 전민석의 ‘다른 나라에서’는 출구 없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혼란, 조각난 삶을 그렸다. 셋 다 공감력이 높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러나 앞의 두 편은 중편소설이 가져야 할 볼륨감이 약하고 설정과 전개 또한 소박하거나 뻔하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야기를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개성적인 감수성이나 새로운 관점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새로운 삶을 모색하던 남녀가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헤어나지 못하는 출구 없는 세상을 아프고 서늘하게 그려냈다. 시각적이고 스피디하면서도 완급 조절이 잘 되어 전개에 무리가 없다. 대화는 재치가 넘치면서도 절제돼 있고, 캐릭터 또한 인상적이지만 과격하지 않고 설득력과 흡인력을 갖추었다. 말과 화면과, 그리고 글이 모두 갖춰진 작품이다. 크게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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