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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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 시인 홍성란(글) 시인

 
  장황한 언술과 지나친 기교에서 오는 피로도가 높을수록 현대인은 순간의 서정양식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조부문은 해마다 응모자가 늘고 있다. 응모작 449편의 경향은 세 가지였다. 첫째, 시조 율격에 대한 이해부족을 보이거나 초보적 수련과정에 있는 작품군으로 이들은 논의에서 제외했다. 둘째, 시적 밀도와 탄력성이 미더우나 기성시인을 모방하거나 유행처럼 번지는 소재선택의 편협성을 보이는 작품군. 셋째, 신인다운 미숙함이 있으나 참신성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군.

  둘째, 셋째 작품군에서 시류에 편승해 습관적인 모방, 표절 의혹이 짙거나 미숙성 때문에 전범으로 삼기에 부족한 응모작을 제외했다. 끝까지 남은 작품은 김석인의 ‘바람의 풍경’ ‘암사동, 눈뜨는 빗살무늬토기’ ‘손안의 새’ ‘물병자리를 찾는 서쪽 풍경’이었다. 습작의 강도를 짐작하게 하는 이들은 발상과 시어운용의 참신성, 진정성 면에서 각축을 벌였다.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시조의 미학을 살린 ‘바람의 풍경’을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억새밭에 이는 바람과 바람이 변주해내는 풍경으로 은유한 당선작은 낯선 발화에 실린 유려한 시어 구사가 돌올(突兀)했다. 시조의 유연성을 잘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이마를 허공에 던져 비비고 비비”는 억새는 “있어도 보이지 않는” 나를 표상한다. “화답도 없이 저녁을 몰고”오는 “가을” 속에 “내 모습”은 간데없으나 개성적 어법으로 쓸쓸함의 상투성을 벗어난 절창이다. 갈채를 보내며 시조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으로 정진, 대성하길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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