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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빈
△1961년 경북 영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빨간 불에서 오래 기다렸다. 겨울이 혹독하게 추울수록 봄볕의 따스함이 소중함을 아는 법이다. 그 먼 길들 위에서 지금은 날개가 없는 말도 날고 소도 날고 있다. 모두 빛나는 천지간을 건너가야 할 때이다. ‘당선’이란 말 한마디에 일어난 일들. 이제 잡고 올라갈 튼튼한 버팀목 하나를 얻었다.

  욕창이 생긴 등으로 나날을 뒤척이고 계시는 아버님과 간병하시는 어머님. 당선 소식에 “장하다”를 외치셨다. 너무 좋아 자꾸 우신다는 소리에 가슴이 저리다. 간병에 지치신 어머님도 “고맙다”를 연발하셨다. 과분한 사랑이다. 바람만 불어도 “에미 왔나 나가보라”며 성화하셨다는 말에 많이 울었다. 며느리가 가져온 음식은 뭐든 맛있다고 잘 드시는 아버님, 완쾌하셔서 봄에는 꽃보다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시길. 늘 말없이 지켜봐 주시는 친정 부모님께도 당선소식 전해 드린다.

  오늘이 있기까지 가지치고 덩굴손을 잘라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인간이 먼저 되라 강조하신 신세훈 선생께 고맙다는 인사드린다. 당신은 대쪽같은 선비정신으로 시 정신을 다져주셨다. 이 나라 가난하고 힘든 시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셨다. 헤진 가방, 오래되고 낡은 옷이 어떤 명품보다도 더 값지게 보이는 건 아마도 선생의 삶 자체가 명품인 까닭이겠지. 제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함께 공부하는 ‘자유문학 문예교실’ 화요반 동료들, 나와 친한 모든 분과 이 기쁨 나누고 싶다. 온갖 투정 다 받아주고 도와준 남편이 고맙고, 두 아들 상걸, 치걸, 사랑한다.

  심사위원 오세영, 장석주 선생께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젊은 시인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당신들이 있었다. 그때부터 뒤돌아서 당신들을 따라가고 있다. 꽃지게 지고 내내 신세 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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