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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소설가, 성석제(글)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10여 편의 작품은 문학, 특히 소설이 당대의 언어습관과 가치관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생물’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소설은 문장의 예술이므로 기본적 문법에 철저히 따라야 할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자유분방하고 ‘뜨거운 에너지’를 담은 생물이라 할지라도 ‘차가운 질서’의 담금질을 거쳐야만 생명이 건강하고 오래도록 지속하게 된다.

  김영수의 ‘레바논의 밤’은 난해한 작품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제 위에서 살인과 사체유기라는 낯설고 간단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난해함과 낯선 길을 지나가 수수께끼를 풀게 만드는 동력이 약하다는 게 문제이다. 

  유효진의 ‘스마트 산조’는 간명하다. 스마트폰에 넋이 나간 사람의 모습은 일상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 됐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를 전면적으로 소설로 담아낸 경우는 많지 않다. 이처럼 익숙하면서도 참신하고,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면서 단점으로도 작용했다. 스마트폰과 인간의 생화학적 결합 너머의 어떤 것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말은 예상된, 익숙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당선작인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은 대책 없는 젊음, 선택하지 않은 시간을 끌어안고 배회하는 인생들의 풍경화다. 어떤 시대든 그 시대를 담은 문학적 풍경화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풍경화로서의 소설에는 결론이나 당위가 없다. 이 작품 역시 별다른 희망도 욕망도 없이 습관화되고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는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밑도 끝도 없는 대화, 우발적 선택, 충동적인 행동과 자포자기 속에 우리 시대 내면의 허약하고 병리적인 속성이 드러난다. 그것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강렬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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