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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성석제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여덟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근래 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문장의 조탁이나 맞춤법, 단어의 선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도 좋고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에서 탈피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나서 개성과 본인만의 스타일이 빛날 것임은 자명하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춤을 추겠다고 나서서 얼마나 오래도록 춤을 계속 출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에서 우리 문학의 희망이 빛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달수 씨를 찾습니다>는 고시원의 곤고한 청춘의 일상을 비교적 차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달수 씨의 실종과 자가증식을 상징하는 듯한 임신 등의 도착적 상황이 기대했던 반전이나 도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예상대로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아쉬웠다.

  <자메이카>는 결혼한 지 얼마 안되는 젊은 여성과 시댁과의 갈등, 남아 있는 인연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 등의 문제를 천착한, 과거에는 흔했지만 요즘엔 드물어진 소재의 소설이다. 이야기 전개가 차분하고 남득할 수 있는 고리로 연결되면서 적당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호감이 간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심리적 상황이 과장되고 충동적이라 이제까지 공들여 쌓은 것이 의미없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준다는 게 문제이다.

  <옷장에는 옷을>은 옷장에 목을 매고 죽으려는 사람, 그 사람과 옷장이 얽힌 관계와 인연, 죽음을 택한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며 소설을 한동안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마지막 부분이 김이 빠진 풍선처럼 ‘상식’으로 돌아간 것이 허망하다는 느낌을 준다.

  <실종>은 4, 50대 중년의 남자들이 생각하고 살아가고 발언하는 것, 혹은 침묵과 우을을 소설로 옮겨놓은 것이 정치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작가의 저력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이 쓰려고 하는 것이 무언인지 정확하게 잘 알고 상황을 장악하고 있으며 별다른 흠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마지막 순간에 별다른 감흥을 던져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조금 더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선작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참신하다. 항용 이런 스타일의 소설에 있기 쉬운 작은 실수도 보기 어렵다. 펑크록을 좋아하던 사람들, ‘좋아하여 좋아 보이고 좋던’ 시절을 흘려보낸 그들의 우울한 자화상, 남루한 초상이 묘한 정감을 자아낸다. 그것은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를 흘려보낸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게 된 분들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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