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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 문학평론가, 구효서 소설가

  본선 진출작 여섯 편 중 세 편을 눈여겨 보았다. 떠난 애인의 아이를 키우며 미혼모로 살아가는 ‘거미집’의 화자는, 내연의 연인과 동반자살한 아버지를 기억한다. 남편의 외도로 애정 없이 사는, 어머니의 운명을 닮은 위층 여자를 알게 된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삶은 불행과 갈등으로 미만해 있을 뿐이지만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는 성찰의 씨앗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소설 스스로 마련한 저 확연한 도식은 어떤가. 화자를 조명디자이너로 하여 존재 간의 관계를 거미집에 비유해 가는 멋진 환치가 끝내 무색해지고 만다.

  내심 ‘이거다!’하며 읽을 만큼 ‘커버걸’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문장이며 진행 솜씨가 단단한 데다 매력적으로 차갑기까지 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다만 시작 후 3분의 1까지만 그러하다. 아내의 죽음 뒤로는 모든 게 혼미하다. 아내의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결과된 화자의 현재 혹은 현실이, 현재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숲의 정적’에서는 이웃의 외로운 여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내 생활은 바뀌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한다. 그녀가 얻으려 했던 건 외롭지 않은 생활, 즉 진짜 삶이다.

  구체관절인형을 만드는 내력, 눈 내리는 날 숲에 올라 무덤을 찾는 사정, 엄마에게 버림 받은 완이가 눈에 밟히는 까닭들이, 결코 쉽지 않으나 명쾌한 대답에 이르는 절묘한 서사를 이룬다. 오래 고치며 공들인 흔적이 나쁘지 않으나 당선되었으니 많이 쓰기 바란다. 기본기를 다지고 지키느라 머뭇거려 왔다면 이제 훌훌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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