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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연출가·한국뮤지컬협회 회장, 김명화 극작가·연극평론가

구십여 편의 후보작품들을 읽으면서 세상이 힘들다는 것이 실감났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망가진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신종 플루 보다 더 치명적인 고통의 인플루엔자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희곡은 르포가 아니다. 많은 후보작들이 적당한 연극적 재치에 신문에서나 볼만한 사건들을 짜깁기하거나 냉소적 상상력으로 비트는 수준에 멈추었다. 게다가 정제되지 않은 언어의 범람은 희곡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조악했다. 연극은 필멸의 예술이고 희곡만이 그 흔적을 남길 뿐인데, 후대에 우리는 어떤 언어를 남겨줄 것인가. 반면 알레고리 형식의 문학적인 몇 작품이 눈에 띄었으나 아직 피상적인 수준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큰 갈등 없이 임나진의 ‘문 없는 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을 그린 이 작품 역시 방만한 구조와 지나치게 의도를 숨기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개념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을 육화시키는 단단함이나 감정을 남용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세련됨이 돋보였다. 고통을 치유해 줄 백신을 간신히 발견한 기분이라고 할까. 그 외 구조의 유희에 능란했던 ‘연극’, 한국 사회를 반어적으로 풍자한 ‘Are You OK?’, 싱싱한 독백의 언어가 돋보였던 ‘0.5초’가 최종후보작으로 거론되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드리고 모두 정진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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