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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
△1963년 경북 칠곡 출생
△ 성신여대 국어국문과 졸업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그 무렵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간신히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지지리도 불운했던 그 분들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그날 나는 변기에 앉자마자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말 느닷없이 닥친 감정이었다. 새벽 장사를 나가야 하는 매운 겨울, 쏟아지는 잠을 깨우기 위해 벽에 등을 툭툭 치면서도 눈을 못 뜨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자 목이 메어왔다. 그러자 나는, 내 삶은 뭐란 말인가. 누군가에게 헌신하기 위해 벼랑 끝에 서거나 손톱에 피가 나도록 벼랑을 기어본 적이 있는가. 그저 포즈에 익숙하고 관념에 찌든 먹물 아니었나. 그러니 나는 똥물이다. 라고 나를 명명한 뒤 변기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제발 똥물이라도 될 수 있다면,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시금치를 키우거나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가라앉힌 뒤 들이 마시던 내 할머니의 그 똥물. 내 새로운 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이름이 나를 더 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해주었다.
자신의 상처를 사랑하라는 송기원 선생님. 그 말씀을 어렴풋이 알아차리는 데도 이렇듯 십 년이 걸렸네요. 선생님은 제게 스승이라기보다 아버지였습니다. 침묵의 가르침을 주신 황충상 선생님과 최인소설교실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단 한 문장도 관념의 치장 없이, 세상을 읽어내고 인간을 파고드는 치열한 글을 쓰고 싶다. 아마 온 힘과 정성을 다해서 노력한다면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디 한번 시작해보라고 등 떠밀어주신 박범신, 정과리 선생님. 정진해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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