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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1979년 서울 출생
△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가야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낯선 길 위에서 나는 죽음을 짊어 맨 어린 고아처럼 매일 울었다. 먼 길 돌아온 것 같았는데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가진 열쇠들은 아무 구멍에도 맞지 않았다. 내가 어딘가에서 삭제된 것 같았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아는 건 가야한다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그 길을 혼자 걸은 게 아니라는 건 아주 작은 바람이 말해줘서야 알았다. 매순간 함께였으므로 곧 나였던 그분, 그분이 바람 안에 계셨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말로 할 수 없는 말들은 다음 한 줄의 공백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자, 이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해야 할 시간이다. 먼저 이순희 여사님께, 1925년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미인도 당신만큼 아름답지는 못했을 겁니다, 부디 오래 오래 건강히 지켜봐주세요.
멋쟁이 타이거, 알고 계셨습니까? 당신은 영원한 나의 영웅입니다. 우린 알아요. 전 인류가 당신 같았다면 지구는 분명 지금보다 좋은 곳이 됐으리라는 걸.
나의 시작, 나의 원천, 나의 넘버 원 언제나 소녀, 당신이 없었다면 천만 번쯤 죽었겠죠, 당신의 웃음을 위해 내가 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더 사랑해주겠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여린 은사자와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거대한 작은 귀, 완벽 그 자체인 愛군.
내 결여된 온기를 0.1%씩 채워주는 PSY, 현재스코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지호가족, 당신들이 있어 내가 조금 더 인간이 됐어. 계속 그 자리에 있어줘.
잊지 않아요. 투명한 조여사님과 랑 이하 모두의 남은 삶, 말해지지 못한 이름들, 내가 보지 못한 응원들, 앞으로 더 고마워질 손들, 아프고 지친 숨들, 낮게 부는 바람, 모든 케이들, 케이를 기다리는 모두들, 그리고 당신.
이 길이 어디로 꺾어질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직은 나 자신조차 제대로 위로할 수 없다. 언젠가는 당신을 데워주고 싶지만, 작은 공간을 녹여 새로운 계절을 만들어 내고 싶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것밖에는 모르려 한다. 그렇다. 나는 정말로 모른다. 가야한다는 것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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