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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1978년 포항 출생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 수료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책상을 주문했다. 인터넷으로 계좌이체를 한 뒤 담배를 피운다. 담뱃갑을 버리며 지금 쓰는 책상을 만져본다. 이 위에서 밥을 먹고 일기를 쓰고 TV를 보았다. 그리고 잠언이 가득한 글을 쓰고 버렸다. 책상 한 켠엔 메모지와 필기도구가 엉켜있다. 맞은편 벽 포스트잇 한 장이 책상 뒤로 떨어진다. 찾을 수가 없다. '지상의 짧은 삶에서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결코 고통과 헤어질 수 없다.' 그런 글귀가 있었을 게다.

읽지도 않은 책에 먼지가 가득하다. 손가락으로 먼지를 벗겨낼 때마다 다른 종류의 후회와 위안으로 손톱을 바짝 세웠다. 생활은 불규칙했고 꿈 없는 잠은 지하로 뚫린 터널처럼 길었다. 깨어날 때마다 아찔했다.

건반을 누르듯 책상을 만져본다. 그동안 많은 무게를 견뎌줬다. 연애에 실패했고 시험에 번번이 떨어졌다. 한번 충전한 휴대폰을 일주일 동안 썼다. 불어난 허리로 맞는 바지가 없었다. 외로우면 시를 썼고 다음날 버렸다. 그즈음 남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치욕도 달콤하단 걸 알았다.

허리에 맞는 바지를 살까 하다가 헬스장에 등록하기로 한다. 이제 감당해야 할 당신들의 사건이 저 밖에 가득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생과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같이 웃어줬으면 좋겠다. 처음 소설을 써 보라고 하신 서종택 선생님과 내 글을 소설이라고 인정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책상을 하나 더 주문했다.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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