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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 진
△1974년 서울 출생
△명지대 국문과 졸업
△KBS 교양국 등에서 다큐멘터리 구성작가로 활동

말들은 목구멍 어딘가에서 시원스레 넘어오지 못했다. 그것들은 목을 짓누르며 애꿎은 마른기침만 뱉어내게 했는데 이런 증상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당신은 괜찮은가? 어깨를 들썩이며 기침을 해대도 입 밖으로 쏟아지지 않는 말들을 가지고 있진 않은가?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의 굽은 등짝을 툭, 툭, 두드려주고 싶다. 막힌 목이 뚫릴 만큼만 딱.

물론 주제넘은 바람이다. 당신은 뭐 하는 짓이냐고 면박을 줄지도 모르고 등짝에 멍이 든 채 날 노려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이 증상은 서로의 등짝을 두드려줘야 호전되는 것이므로.

이쯤에서 감히 고백한다. 누군가의 목구멍에 걸린 말들을 위해, 등짝 몇 번 두드려 줄 힘은 될 만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초짜의 장래희망치곤 시건방지기 이를 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당신이 매운 손바닥으로 잔뜩 겁먹은 내 등짝을 세게 두드려줬으면 좋겠다.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들 것 같다.

어정쩡하고 무모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는 깊은 감사를, 답답함 속에서도 명랑한 응원을 보내주신 부모님께는 고맙고도 죄송스럽단 말씀을, 눈인사만으로도 힘이 되어준 동생에겐 오랜만에 활짝 웃는 누나의 표정을, 함부로 부르기엔 송구스러운, 혹은 쑥스럽지만 마구 부르고 싶은 고마운 이름들에겐 긴 말을 줄인 큰 인사부터 꾸벅 전한다. 뭔가를 전할 수 있어 다행스런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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