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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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서울대 국문과 교수) 조성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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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주제와 기법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이 많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최종 심사에서 논의 대상이 됐던 작품은 '오란씨' '정크 노트' '안녕, 악어' '나의 선녀, 마레끼아레!' '하루키 읽기' 등이다. 이들 중 '나의 선녀, 마레끼아레!'와 '하루키 읽기'가 먼저 제외됐다. 전자는 서사 구조의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됐고, 후자는 하루키 풍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었다.
당선작으로 '오란씨'를 뽑은 것은 '정크 노트'와 '안녕, 악어'의 약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녕, 악어'의 경우는 매우 흥미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개인의 본능적 욕망과 충동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이 작품은 좀더 조직화된다면 잘 짜여진 단편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주제의 성격 자체가 중편이 요구하는 양식적 요건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한다. 서사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정크 노트'는 작품에서 다룬 주제의 무게와 작중 화자의 진술이 불균형을 보인다. 소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이겨낼 수 있는 작중화자의 설정이 필요하다.
'오란씨'에는 패기가 있다. 사회 상황과 병치되는 개인의 욕망이 이야기의 긴장을 끝까지 지켜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하강적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겪은 광기와 어둠을 조명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안고 있는 작가 정신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장면들을 극화하는 데 동원된 다채로운 언어가 우리 소설 문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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