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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도 많은 것 담아내
황동규(서울대 명예교수·시인) 정진규(시인)
(예심=반칠환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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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에서 올라온 상당한 수준의 작품들을 거듭 읽고 검토한 끝에 남은 작품이 배대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코드(CODE)’ 외 9편과 이영옥의 ‘단단한 뼈’ 외 4편의 시들이었다. 다른 응모시들이 지니고 있는 상대적 결함들이 이들 시에서는 극복되고 있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분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까닭 없는 우회나 굴절이 야기하는 몽상의 어눌한 언어들을 자제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특히 이른바 화자 우월주의에 빠져 시를 수다스러운 설명으로 이끌거나, 대상과의 교류를 차단하는 독단의 왜소성으로부터 깔끔하게 벗어나 있었다.

장고 끝에 우리는 이영옥의 ‘돛배 제작소’와 ‘단단한 뼈’로 의견을 압축했다. ‘돛배 제작소’의 다음과 같은 대목에선 안과 밖을 하나로 짚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호감이 갔다. ‘설계도면에는 오래된 고뇌까지 꼼꼼히 그려져 있었고/돛배가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그의 환멸은 정교해져 갔다’ 같은 대목 말이다. 그러나 ‘단단한 뼈’에서 더욱 중요한 대목들을 확인했다. 짧은 분량으로도 많은 것을 담아내는 자재로움과 절제된 감정이입을 통해 죽은 것들을 또 다르게 살려내는 전환의 힘, 그 핵을 이 시는 지니고 있다. ‘마지막 울음과 비틀어진 웃음을 분리하지 않고 수거했다’는 비극적 삶의 전력에 대한 암시도 놀랍지 않은가. 이 시를 읽고 나면 ‘섬쩍지근한’ 침묵 같은 것이 남는다.

배대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코드(CODE)’ 등은 언어의 활달성, 또는 뜨거움을 지니고 있었다. 순수한 원시적 생명력에 대한 천착도 돋보였다. 그러나 표현의 조밀함이 모자라 적잖이 설명으로 기운 흠이 있었다. 지니고 있는 정열의 운용에 따라서는 새로운 시를 열 가능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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