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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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유종호(문학평론가)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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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을 골라내지 못했던 지난해의 부담 탓일까? 예심을 거친 스무 명의 작품을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선자(選者)들은 공연히 긴장되고 조바심이 났다. 작년에 비추어 올해의 응모 시편은 시적 진지함이나 다양성에서는 확연히 향상되어 있었다. 그러나 판에 박힌 수사나 장식적 언술 탓인지, 작품의 개성이나 진정성을 드러내는 데서는 별다른 진전이 느껴지지 않았다. 산문 투의 엇비슷한 넋두리도 여전하였으며, 한 두 편 돋보이는 응모 시만으로는 그 가능성 또한 쉽게 가늠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선자들이 주목한 시편은 최동일, 이상훈, 주예림, 정구영, 문신, 김성규 제씨의 작품들이었다.

최동일씨의 시에서는 삶의 풍경과 굴곡을 읽어내려는 투명한 시선이 살펴졌다. 그러나 「할머니를 바라보다」외에는 시야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상훈씨와 주예림씨의 경우는 소외된 삶의 애환을 능숙한 솜씨로 공들여 시화했다는 점에서 장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어딘지 모르게 낡았다는 인상을 갖게 하였다. 정구영씨의 응모 시들은 사유의 힘이 돋보인다. 시어의 선택도 비교적 선이 굵고 선명하다. 그럼에도 직조된 시상이 다소 작위적이어서 시의 깊이나 높이로 확산되지 못하였다. 똑같은 지적은 문신씨의 응모 시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응모자는「우리들의 생활」과 같이 범상한 일상성을 따뜻하게 갈무리하는 작품도 함께 묶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결국 신춘의 지면을 장식하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김성규씨의「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가 당선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위에서 지적된 단점들이 비교적 적게 살펴졌던 까닭이다. 암울한 세태를 바라보는 시선의 무거움을 수사적 절제로 감당해내려 한 그의 태도도 시적 상상력을 한결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작품들간의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아울러 지적해 두어야겠다. 축하와 함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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