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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란
△ 1970년 전북 전주 출생 △ 1994년 전주대 국어교육과 졸업 △ 2004년 서울예대 문예창작 졸업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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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명절에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많은 가족들이 좁은 방안에 모였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던 차라 어린 조카들에게 두둑한 선물보따리를 풀고 푸짐한 외식을 하러 집을 나섰다. 공교롭게도 메뉴는 아귀찜이었다. 하필이면 왜 그 많은 식당 중에서 내 어머니는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시는지. 당선소식을 듣는 내게 스무 개가 넘는 눈망울이 쏟아졌다. 축구공 하나가 공중을 휘몰아치며 골대를 통과하느냐 마느냐를 바라보는 바로 그 눈빛이었다. 그들의 눈에 깃든 소망과 염원의 빛이 앞으로 글을 쓰는 동안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급히 서울로 다시 오는 길, 새로 뚫린 천안 논산간 민자고속도로에 안개가 가득했다. 가시거리가 30미터 정도 될까. 보이는 거라고는 모락모락 감도는 뿌연 안개뿐이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핸들을 잡고 고개를 바싹 들이대며 운하를 헤치며 나아갔다. 백미러 속에는 흐릿한 불빛을 깜박이면서 뒤따르는 몇 대의 차가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그 순간 간절히 원했다. 저런 불빛 하나 내 앞에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면 저 불빛만 보면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를텐데. 당장이라도 갓길에 멈춰 서서 뒤따르는 차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맨 꼴찌로 따라붙고만 싶었다. 동시에 내 속에는 또 다른 욕망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막막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 길을 향해 엑셀러레이터를 꾸욱 누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오른 발에 힘이 실렸다. 붉은 바늘이 아무 내색 없이 110, 120을 넘어서고 있었다. 당선소감을 듣고 신문사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나는 그렇게 두 욕망의 틈바구니에 보잘것없이 서 있었다.

다만 열심히 하겠노라는 진부한 말밖에 나는 할 수 없다. 작품을 선택해주신 동아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소설이 무언가를 고민하게 하고 내 앞의 세상이 어떻게 보여지는지 노려보게 하신 교수님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믿어준 가족들에게 기쁨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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