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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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소설가) 김화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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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수의 응모작 중 예심을 통과한 10편, 그 가운데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여 정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은 불과 4편 정도였다.

'버그'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사이보그 인간의 소외라는 첨단 기술시대의 주제를 무리 없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주제의 처리 방식은 주제가 첨단적인 만큼 이 보다 더 독창적이어야 할 것 같다. '의자와 망원경'은 떠돌이와 붙박이, 꿈꾸는 자와 현실주의자 사이의 대위법을 다룬 균형 잡힌 작품이다. 그러나 창조의 세계에 있어서 모범생의 균형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사막을 나는 하늘소'는 마지막까지 당선 후보로 남았다. 여러 면에서 탁월한 문학적 자질이 엿보인다. 그러나 신인의 작품치고는 너무 멋을 부린 듯한 비약과 잡다한 소제목들로 나뉘어진 단편들의 모자이크 형식이 신인의 작가적 장래에 대한 신뢰에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고 차분히 노력하면 반드시 역량을 인정받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독'은 독, 피, 칼 같은 단음절 속에 고도로 압축된 폭발력을 서술의 행간에 적절하게 충전시켜 전 작품을 팽팽하게 긴장된 상상력의 자장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처음으로 아귀를 등장시키는 도입부, 열쇠를 삼키는 열쇠 구멍, 실패로 끝나는 남편과의 정사, 세계로 통하는 저 인색한 통로인 창문과 자기 소외, 옆방 총각의 무의미하게 저 혼자 발딱 선 남성...이 주목할 만한 순간들에 고압의 전력을 실어주는 독은 곧 생명력과 표리를 이루는 힘이다. 이 힘은 곧장 이 작품의 힘이 된다. 작가의 대성을 빈다. 다만 새해 벽두부터 이처럼 음울하고 날카로운 풍경을 선보이는 것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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