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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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1972년 부산 출생 △1999년 경희대 국문과 졸업 △현재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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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식을 접하고 제일 먼저 조해일 선생님과 기쁨을 나누었다. 소설을 들고 그 높은 연구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지 5년 만이던가. 처음 3년 동안 열두 편의 소설을 갖다드렸다. 빨간 펜으로 꼼꼼하게 교정이 된 내 소설을 돌려주시면서 선생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녹차나 자스민차를 마시면서 이 나라 정치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뒷전에 물러나 있는 이 땅의 우스꽝스러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때로는 가까운 지인들의 연애 행각에 대해 악의 없는 뒷이야기를 하며 주책없이 킥킥대기도 했었다. 하지만 소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선생은 말하지 않았고 나는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교수 회관 돌계단에 앉아 오문과 비문마다 빠짐없이 밑줄 그어져 있는 내 소설을 들여다보며 나는 선생의 완강한 침묵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곤 했었다. 어쩌면 선생은 맞춤법 교정자로 스스로를 낮추면서 소설은 누군가로부터 들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로부터 끝없이 훈육되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제자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선생의 전략은 성공한 셈이다. 나를 가르친 것은 그곳으로 오르는 무수한 돌계단과 "이 깡통아! 고통이 부족하니까 소설이 그 모양이지." 하고 나를 놀려대던 아카시아 나무였으니까.

나는 글쓰기에 있어 재능과 천재성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이다. 그것은 작가란 존재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높은 곳에 있다고 믿는 선민의식의 슬픈 유물이다. 문학이 인간의 이해에 그 뜻을 담고 있다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사랑함에 있어서 재능이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겸손과 성실함이지 재능과 천재성이 아니다. 우리는 술자리에서나 호기롭게 힘을 발휘하는, 이 어줍잖은 재능과 천재성이라는 말로 자신의 게으름을 속이고, 방종과 타락에 면죄를 받았으며, 스스로를 재능 있다 믿는 일군의 무리 속에 들어앉아 킬킬대며 세상의 많은 정직함을 비웃고 상처 주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나는 재능과 천재성이라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오로지 체력뿐이다. 지치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 겸손하게 사람에게로 다가가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 그래서 책상에 앉아 스탠드에 우두커니 불을 켜고 자신이 읽어낸 인간의 작은 부분에 대해 매일 밤마다 조금씩 조금씩 글을 쓰는 것이다.

감사해야할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할 수 없어 유감이다. 그 이름들은 너무나 많고 그 사연들은 너무나 길다. 하지만 내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 그대들이 내게 준 사랑이라는 것을,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 이름들을 낱낱이 사랑하는지 그대들은 알 것이라 믿는다. 그 낱낱한 사랑을 죽는 날까지 갚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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