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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미성년자 박혜린이 말하는 '내가 에로배우가 되어야 하는 이유'

지난 12월 21일 미성년자를 에로 비디오 영화에 출연시킨 혐의로 영화사 사장이 구속되었다.
그런데 문제의 영화에 출연한 미성년자 에로배우 박혜린양이 자신은 소녀가장이라며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이일을 하고 싶다" 는 내용의 탄원서를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그가 말하는 '내가 에로 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

지난 12월21일 한 영화사 대표가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미성년자인 10대 소녀를 <일심> <쏘빠때2> 등 6편의 비디오 영화에 출연시켜 성행위 장면을 연기하도록 한 혐의다. 그런데 문제의 영화에 출연한 당사자인 박혜린양(18)이 다음날 인터넷에 ‘그래요, 저 미성년자예요’라는 제목으로 제작자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일으켰다.

이 글에서 그는 소녀가장으로 불우하게 살아온 자기가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비디오 영화 출연과 구속된 클릭영화사 사장인 이승수씨(38) 부부의 따뜻한 보살핌 때문이었는데, 자신으로 인해 이씨가 곤경에 처하게 돼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했다. 또 만약 에로배우가 되지 못했다면 자신이 갈 곳은 뻔했을 것이라며 나쁜 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에로배우를 하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박혜린양을 직접 만나 현행법을 어긴 제작자를 감싸는 구체적인 이유와 미성년자의 몸으로 에로배우가 되어야만 했던 사연을 들어보았다.

청담동에 있는 클릭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난 박양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였다. 사실상 그는 호적으로는 83년생이지만 실제로는 81년생이라고 한다.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위로 오빠가 둘 있었는데 큰오빠가 몸이 약해 죽었대요. 그런데 저도 태어날 때 몸이 약해서 다들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가난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중퇴, 돈을 벌어

그는 자신이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 전 치아검사를 했다고 한다. 치아를 조사하면 실제 나이를 판명할 수 있는데 1월 중으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실제로는 미성년자가 아니라고 해도 현재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박혜린도 그 점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나이를 먼저 속인 것은 자기였고, 사장인 이씨는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다며 제작자를 두둔한다.

“저를 이곳에 소개시켜준 친구가 21살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당연히 저를 같은 나이인 줄로 아셨죠. 결과적으로 제가 나이를 속인 셈이 된 거예요.”

사장이 실제 나이를 안 것은 두번째 에로 비디오를 찍으면서. 자기를 집에 데려와 함께 살면서 친동생처럼 아끼는 이씨 부부의 따뜻한 정에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박혜린은 솔직하게 미성년자임을 털어놓았다.

“사장님은 저에게 더 이상 에로영화에 출연을 시킬 수 없다고 했어요. 미성년자라서 안 된다는 거였죠. 그래서 저는 여기서 출연을 안 시켜주면 다른 곳에 가서라도 에로배우를 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떼를 썼죠.”

그는 아버지를 만나 동의를 구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사장을 설득했다. 마침내 사장은 아버지를 직접 만났고, 아버지도 기꺼이 확인서를 써주며 동의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에로배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박혜린은 에로배우를 계속하지 않으면 자신이 갈 곳은 뻔하다며 나쁜 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곤 작심한 듯 숨기고 싶은 사생활을 털어놓았다.

“봉천동 산동네에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했어요. 아버지는 목수였는데 한번 일을 나가면 한두 달 동안 들어오시지 않았죠. 어머니는 제가 어려서부터 ‘신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툭하면 이상한 행동을 하시곤 했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어머니가 아예 신내림을 받고 가출을 해버렸다. 아버지는 그런 아내를 찾아 헤매느라 돈을 벌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려진 채 박혜린과 오빠는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완전 이혼을 하고 마음을 잡았지만 이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하루살이 그 자체였다. 목수 일이라는 게 고정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노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제 키가 중학교 2학년 때 키예요. 어려서부터 키가 커서 육상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경기도 수원에 살았는데 경기도 육상대회에서 2등을 할 정도였죠. 하지만 체력이 안 되더라고요. 먹은 것이 없어 운동을 하다 여러 차례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죠. 결국 육상을 포기해야 했어요.”

그는 그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하루는 자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고. 그래서 오빠를 조르니까 오빠가 알았다며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라고. 그리곤 한참 있다 정말 자장면 한 그릇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분명 집에는 돈이 한푼도 없었는데.

알고 보니 오빠가 동생을 위해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여자를 칼로 위협해 돈을 빼앗아 그 돈으로 자장면을 사온 것이었다. 그 일로 오빠는 경찰서에 끌려가야 했다. 그는 자기 때문에 오빠가 그렇게 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며 목이 메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그의 집안 형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초등학교는 돈이 들지 않으니까 그럭저럭 다닐 수 있었지만 중학교는 그렇지가 않았다. 1학년 때부터 신문배달도 하고 주유소에서 일하기도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 결국 중학교 2학년 가을, 오빠와 함께 자퇴를 했다.

“초등학교 때는 돈도 덜 들었지만 선생님도 좋은 분들을 만났어요. 저의 집 사정을 알고 준비물을 사주기도 하셨죠. 하지만 중학교는 그렇지 않았어요. 중학교 학비란 게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우리에게는 큰돈이었어요. 참고서값만 해도 몇만 원이고, 미술재료비만 해도 1만원이 훌쩍 넘잖아요.”

처음엔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복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고, 낮에는 커피숍에서, 밤에는 주유소에서 일해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복학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사실, 키도 적당히 크고 얼굴도 반반한 그에겐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도 많았을 것이다. 그는 그런 유혹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고백한다. 더구나 96년 아버지가 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돈 문제로 무척 힘들었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몸가짐을 항상 바르게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솔직히 아버지가 처음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을 탈탈 털어도 5백만원이 안 되는 거예요. 얼마 뒤에야 가까스로 돈을 마련해 수술을 받았어요. 그 사이 병을 키운 셈이죠. 그때는 정말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억울한 생각도 들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친구 따라 구경왔다 에로영화에 매력 느껴

아침엔 카페에서, 저녁엔 주유소에서 하루종일 일해도 먹고살기가 팍팍하던 시절. 그나마 버는 돈은 아버지의 암 치료에 쏟아부어야 했던 사실상 소녀가장인 그에게 희망이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 생활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99년 11월. 에로영화에 출연하는 친구를 따라 이곳 영화사에 구경왔다가 에로영화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장난삼아 카메라로 찍은 제 얼굴을 모니터로 보는데 달라 보이더라고요. 또 울고 웃으며 연기를 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고요. 더구나 다른 에로영화사는 여배우의 노출이나 베드신에만 집착하는데 여기는 오히려 베드신을 줄이고 배우를 예쁘게 찍는 데 주력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에로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죠.”

박혜린은 자신이 출연하는 에로영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영화와 다른 영화사의 에로물들을 비교해서 봐달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사도 다른 비디오 영화보다는 수준이 있다고 인정을 했다나. 실제 그가 속해 있는 클릭영화사는 에로영화계에서는 드물게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연출 기법도 남달라 공중파 방송과 신문지면에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에로배우 생활이 무척 만족스러운 듯했다.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태어나서 이처럼 열정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고. 그건 이전에 비해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 사람들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뜻한 정이 무엇인지를 맛볼 수 있었어요. 특히 작년 가을, 아버지가 말기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는 평생 갚을 수 없을 만큼 큰 도움을 받았죠.”

특히 장례식 때 사장을 비롯한 전직원이 나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준 일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방황하던 마음을 다잡아준 것도 사장 부부였다고 한다.

“사장님은 제가 미성년자인 것을 안 후로는 절대 저를 주연으로 내세우지 않았어요. 조연으로만 잠깐씩 출연하게 하셨죠. 그러면서도 월급을 전처럼 매달 1백50만∼2백만원씩 주셨어요. 아버지 병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죠. 그러고도 별도로 아버지의 병원비와 항암치료비를 챙겨주셨고요. 저를 그렇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와주신 분이 감옥에 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기 말고도 에로 비디오에 출연하는 미성년자가 많은데 다른 제작자들은 아무렇지 않고 이씨만 표적이 되어 구속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항변도 했다.

사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에로영화 업계에서 성행 중인 일명 ‘붙이기’가 문제가 되었다. ‘붙이기’란 등급심의에서 문제가 돼 삭제된 장면을 재삽입해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행위. ‘붙이기’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출연 문제가 불거져 나와 수사가 확대된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작 구속된 사람은 이씨와 붙이기 혐의를 받은 다른 제작자 단 두 명뿐이었다.

박혜린양은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한다.

“치아검사를 통해 성인 판정을 받은 후 에로 비디오에 다시 출연할 계획이에요.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쉬어야죠. 대신 35mm 영화에 출연섭외가 있어서 회사에서 그 일을 추진 중에 있어요.”

요즘 연기연습은 물론이고 힙합댄스를 배우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못다한 학교 공부를 하기 위해 검정고시 준비도 하고 있다고. 우선은 중졸 검정고시가 목표이지만 할 수 있다면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해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기를 공부하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도 내비쳤다. 그런 다음에도 계속 에로배우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액션영화, 코믹영화가 있는 것처럼 에로영화도 영화의 한 장르예요. 전 이 일이 좋아요.”

 
 


글·최호열 기자

사진·지재만 기자

기사 입력시간 : 20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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