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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호/2002.04.11
 
[영화와 인생 ] ‘허공에의 질주’

어른이 된다는 것… 희망과 절망 사이

곧 개봉할 예정인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가 화제다. 한국 영화 최고의 성장영화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라는 평이다. 누구나 유년시절을 거쳤고, 또 누구나 한두 번쯤은 통과의례의 아픔을 겪었기에 잘 만들어진 성장영화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집으로…’의 꼬마보다는 좀 큰 소년이 주인공인,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88년작 ‘허공에의 질주’도 보석처럼 빛나는 성장영화로 기억된다. 미국 영화이면서도 상업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할리우드의 어린이용 영화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작품이다. 1970년대 초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펼치던 아서와 애니는 네이팜탄 생산공장을 폭파하고 경비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는다. 그런데 정작 도피생활로 피해를 보는 건 그들의 자식들이다. 아이들은 늘 이름을 바꾸고 머리를 염색하고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한다. 그 와중에도 큰아들 대니는 비록 나무 피아노로 하는 연주였지만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한다. 급기야 줄리어드 음악원에 합격하는 대니. 그러나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 입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대니는 자신의 미래와 부모 사이에서 갈등한다.

효(孝)를 중시하는 유교적 시각으로 볼 때, 대니가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식 된 도리(더구나 장남인데)를 저버리고 부모를 떠난다는 영화 속 설정은 어쩌면 ‘불효’일 수 있다. 하지만 아서와 애니는 더 이상 대니에게 부모의 삶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도록 자유를 준 것. 아들을 남겨놓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부모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을 끊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홀로 남겨진 대니. 부모로부터 독립함으로써 이제 그는 자신의 인생을 혼자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유년의 터널을 빠져 나온다는 것, 캄캄할 땐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그냥 걸으면 됐지만 탁 트인 공간으로 나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함이 앞선다. 하지만 밝고 탁 트인 세계가 주는 희망을 느끼는 순간, 우린 성장하게 된다.

< 변준희/ 영화사 ‘봄’ 마케팅실장 > clair7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