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9호/200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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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색/깔/대/선'

“盧 주위에 안테나 세워라”

한나라당, 노무현씨 관련 정보 수집중 … ‘보-혁’ 대결구도에 특히 주목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식 색깔론을 중지하라”고 이인제 후보를 비판하자 한나라당은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왜 남의 당을 들먹이냐고 발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A씨에 따르면 ‘진짜 한나라당식’ 노무현 공략 전략은 따로 마련되고 있다.

A씨의 설명. “노무현 대세론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당내 부서는 별도로 두지 않았다. 민주당 16개 시·도 경선 중 아직 여덟 곳이 남았으니 노무현 대세론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을 것이다. 이인제 의원이 주도하는 1차 검증을 통과해 노무현씨가 우리와 정식으로 ‘세팅’될 때에 대비해 지금은 정보만 수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율사와 재야 출신 등 수명의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노후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 수집하는 정보들은 언론 보도나 정치권 주변의 노후보 관련 괴문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이라고 한다. A씨는 노후보가 노동운동 변호사 출신인 것과 관련, “변호사의 속사정은 변호사가 가장 잘 알고, 노동운동가는 노동운동가가 가장 잘 안다”며 “지금까지 나온 의혹의 재탕 수준은 넘어선다”고 말했다.

“어설픈 색깔론에 역효과 생길라” 신중한 자세

그러나 A씨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노후보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섣불리 현실화할 것 같지는 않다. 자칫 후보 개인의 자질 시비로 대선의 큰 흐름이 고착될 경우 이총재도 유리할 것이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노후보 고향인 경남 김해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한 김영일 의원도 이 같은 점을 분명히 했다. 김의원은 “김해시는 좁아서 노무현씨 일가와 관련된 사소한 일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있다”면서 “노후보가 본격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급’에 올라와 있는지도 의문이고, 나는 남의 뒤를 캐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후보 개인의 ‘서민 이미지’가 굳어져 이총재와 ‘귀족 대 서민’의 대결로 비쳐지는 것은 경계한다. 이 때문에 ‘노후보가 이인제 후보의 에쿠스 승용차보다 더 비싼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얘기 등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영탁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노선은 보수적 영남 유권자들에게 불안감을 준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 점에 주목한다. 대선을 보-혁 대결구도로 이끌어가면 ‘영남은 영남 출신을 밀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A씨는 “노후보의 진보적 노동관, 대북관이 재계와 보수층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중립을 선언한 것과는 관계없이, 노무현 돌풍에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다는 이후보측 음모론도 한나라당으로선 호재다.

그러나 색깔론을 잘못 들먹일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울산 파업 때 노무현 후보가 악법은 지키지 말라면서 노동자 편을 들고 선동했다’는 주장이 매스컴을 크게 탄 뒤 울산 지역 블루칼라 사이에선 오히려 노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더 올라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여론에 어설프게 색깔론을 디밀었다가는 광역단체장 자리 하나 잃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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