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5호/200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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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화제의 책] ‘대통령 만들기 ’

선거판 말 말 말… 진실을 찾아라

6월지방선거, 12월 대통령선거. 솔직히 말해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TV 토론회와 각종 인터뷰 등 주요 후보들이 벌이는 말 잔치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진실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한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가공의 이미지일 뿐이다. 탤런트 황수정씨를 드라마 속의 ‘예진 아씨’와 동일시하다 착각의 베일이 벗겨졌던 순간을 돌아보면, ‘예진 아씨’라는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섰던 매스컴이 180도 돌아서서 황수정의 실체를 보여주겠다고 야단법석일 때 시청자는 또 한 번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현대 선거는 이미지 전쟁이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이 교과서로 삼는 1960년 케네디 대 닉슨 선거전에서 분명해졌다. 젊고 부유하며 가톨릭 신자라는, 대통령 후보로서 세 가지 약점을 갖고 있던 케네디가 닉슨 후보를 꺾었을 때 TV 토론회와 정치광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캐슬린 홀 재미슨이 쓴 ‘대통령 만들기’는 지난 200여년 동안 펼쳐진 미국 대선 후보들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개관한 책이다. 19세기 초 인쇄물 시대, 20세기 초·중반 라디오와 뉴스영화 시대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텔레비전 시대를 맞아 선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원서는 아이젠하워와 스티븐슨이 맞붙은 1952년 대선부터 부시와 클린턴의 1992년 선거까지 다뤘으나, 한국판은 1952년·1956년 두 차례 선거를 생략하고 텔레비전 선거시대를 연 1960년 케네디 대 닉슨전을 기점으로 삼았다.

‘대통령 만들기’는 각 선거마다 전반적인 흐름, 양당의 예선전과 전당대회, 광고팀, 선거자금, 선거주제, 선거전략, 공격과 수비로 이루어진 양당의 광고전쟁, 주요 광고에 대한 사례분석, 당조직의 활동, 본선 선거운동, 선거 전야 연설, 슬로건 등을 꼼꼼히 분석해 놓아 ‘대통령선거 전략의 교과서’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는 유권자이지 대통령을 만드는 선거 전략가가 아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유권자의 판단에 개입하는 정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진위를 식별해낼 능력을 키워준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에서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낸 케네디가 비효율적인 광고전략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광고 책임자였던 잭 드노브의 경우 아직까지 케네디캠프로부터 받지 못한 돈이 남아 있다고 한다. 케네디 캠프측은 1960년 선거에서 드노브가 입은 손실을 만회해 주기 위해 1964년 재선운동을 맡기기로 했으나 케네디의 암살로 무산되고 말았다. 유권자들이 알고 있는 매력적이고 참신한 케네디의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저자가 꼽은 역대 최악의 선거는 1988년 부시 대 두카키스 전이다. 당시 공화당 부시 진영은 적극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썼다. ‘민주당의 위협’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두카키스가 대통령이 되면 범죄로부터 보호해 줄 총기를 빼앗기게 되고, 사형받아야 할 일급 살인범들이 가출옥해 강간과 살인을 저지를 것(부시의 ‘범죄 퀴즈’와 ‘귀휴’ 광고)이라고 암시한다. 사실이 아닌 이 광고들이 1988년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유권자들은 뉴스 분석 기사나 후보의 연설내용, 각종 정책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기보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정치광고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다. 부시의 승리였다. 그러나 1988년 선거는 언론과 유권자들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1992년 선거에서 언론은 후보자의 주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측이 제기한 주장을 검증해 유권자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권자들도 더 이상 근거 없는 비난이나 허위 정치광고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이 책을 번역한 원혜영 부천시장은 미국 대선의 흐름과 주요 특징을 알아봄으로써 우리나라 정치홍보와 대선의 발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달았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대통령 만들기’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홍보의 도덕성’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만들기/ 캐슬린 홀 재미슨 지음/ 원혜영 옮김/ 백산서당 펴냄/ 498쪽/ 2만원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Tips

1992년 선거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1992년 선거와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보고서가 조지 스테파노풀러스가 쓴 ‘너무나 인간적인’(1999년)이다. 클린턴의 선거참모였던 스테파노풀러스는, 중앙 정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지방 정부의 주지사가 현역 대통령을 누르고 백악관 주인이 되기까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장본인이다. 클린턴의 인간적인 고뇌와 약점까지 속속들이 묘사한 현장감 넘치는 정치회고록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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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당평전 전 3권

    추사 김정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조선 후기 명문가의 후손이자 신동으로 태어난 김정희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평전. 추사의 어린 시절부터 학문적 성장 과정, 출세와 가화(家禍), 유배 등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보급판과 장서본 두 종류로 출간되었다.

    유홍준 지음/ 학고재 펴냄/ 각 408쪽/ 보급판 각 1만8000원

  •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한국의 미’ ‘한국적인 미의식’의 뿌리를 난장과 파격이라는 시각에서 분석한 책. 저자는 한국미의 사상적 뿌리를 무교에서 찾고, 무교의 핵심은 ‘망아경’(엑스터시) 으로 들어가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춤과 음악은 ‘망아경’으로의 진입을 돕는다. 그 밖에 민화나 사찰 건축에서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최준식 지음/ 소나무 펴냄/ 395쪽/ 1만5000원

  • 현금의 지배

    화폐, 채권시장, 주식시장, 과세와 국력의 상호관계, 이 모든 것과 전쟁의 관계 등을 독창적으로 분석하면서 특히 지난 3세기 동안 구미 국가의 성패가 ‘권력의 사각형’(징세제도, 의회, 국가채무, 중앙은행)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는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해설을 달았다.

    니알 퍼거슨 지음/ 류후균 옮김/ 599쪽/ 1만9900원

  • 캐즘 마케팅

    첨단기술 제품의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단절 현상’을 가리키는 캐즘(Chasm)을 유행시킨 저자가 10년 만에 펴낸 완전 개정판.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라 해도 시장을 통해 대중의 반응을 얻기까지는 ‘단절’의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첨단기술 시장의 기술수용 주기 모델’을 통해 깊은 단절의 골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하이테크 마케팅을 소개했다.

    제프리 A.무어 지음/ 유승삼, 김기원 옮김/ 세종서적 펴냄/ 366쪽/ 1만8000원

  • 닫힌 생각 열린 생각

    통일문제 전문가인 저자가 21세기 보편적 가치인 자유, 민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평화, 평등, 남북통일, 이산가족, 민족, 국제 테러리즘 등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150편의 글은 라디오 시사 칼럼용으로 집필한 것이어서 5분 분량의 짧은 글 속에 함축적인 설명, 명쾌한 논리 전개, 구어체 문장의 특징 등이 잘 드러난다.

    여영무 지음/ 중앙출판공사 펴냄/ 272쪽/ 1만원

  • 보행자

    얇은 책에 필자가 세 명이다. 사진작가 최웅식의 카메라는 거리를 헤매며 움직이는 것들을 멈춤의 순간으로 포착한다. 작가 한지혜는 침묵의 사진 속에서 ‘걷다’와 ‘산다’의 의미를 건져올린다. 작사가 이애경은 왈츠를 추듯 경쾌한 걸음을 노래한다. 봄을 성큼 당겨주는 포토 에세이집.

    최웅식 사진/ 한지혜, 이애경 지음/ 두드림 펴냄/ 9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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