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5호/200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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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의 풍류 맛기행 | 기장 멸치회

 
 

감칠맛 으뜸, 영양가 만점

기장읍은 항구가 아니다. 그러나 영덕대게가 강구항을 대표하듯 대변(大邊)항에서 나는 멸치는 기장멸치라 불린다.

겨울 멸치는 손가락 굵기만한데, 칼로 등을 갈라 뼈를 추린 다음 무, 미나리, 배 등을 채썬 것과 함께 섞어 갖은 양념으로 비벼낸다. 큰 것을 주바, 작은 것을 오바, 더 작은 것을 꼭사리라 하는데 주바가 바로 젓갈용이고 횟감이다.

기장멸치는 전국 유자망 멸치 어획고의 60%를 생산하는 대변항이 있기에 가능했다. 대변 멸치축제는 1997년 제1회를 시작으로 4회를 치르면서 전국적으로 떠올랐다. 난ㆍ한류가 교차하는 지리적 여건으로 언제나 맛 좋고 빛깔 좋은 싱싱한 멸치가 잡힌다. 멸치 중에서도 겨울철에 한창 잡히는 멸치는 왕멸치다.

멸치 떼가 몰리면 꽁치 떼가 따르고, 숭어가 따르고, 농어와 도미 떼도 몰리게 마련. 더구나 청정수역이라 기장미역, 기장다시마, 기장갈치로 명성 높았던 곳.

삼국시대 동래와 더불어 거칠산국의 일부였다가 신라에 병합, 갑화양곡현이 되었으며, ‘기장’이란 이름이 보인 것은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의 일이다. 지금은 부산시 동부수협으로 어업권이 편입돼 있다. 최근엔 멸치와 더불어 미역ㆍ다시마 농축액으로 가장 이상적인 다이어트 식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수협 회센터인 방파제회초장집(대표 최일곤ㆍ051-721-6155)에 들르면 3인분 한 접시에 1만1000원, 직접 회센터에서 달아오면 봉사료 6000원을 받는다. 멸치찌개는 7000원이다. 2층집이라 바다 쪽 전망이 좋다.

알다시피 멸치는 고단백 고칼로리의 국민 건강식품. 인체 골격과 치아 형성에 필요한 세포조직과 더불어 칼슘ㆍ인ㆍ철분 등 무기질의 보급원이기도 하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아미노산 덩어리이고, 심장에도 좋은 타우린이 풍부한 멸치 다시다는 약방의 감초 같은 구실을 맡는다.

그러므로 최일곤씨는 기장멸치의 대명사인 대변항이 있기에 국민건강이 있는 것이라고 왕멸치 배를 가르며 아주 자랑스러워한다. 등 굽은 새우를 보고 ‘족보(뼈대)도 없는 것이 까불어’하는 데는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까지 늘어놓는다.

대변항 외항엔 겨울인데도 멸치잡이 배들의 불빛이 불야성을 이룬다. 갈치나 오징어처럼 멸치 또한 주광성(走光性)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아침 부두에 나가봤더니 부두에 닿은 2∼3척의 배에서 유자망 그물을 터는 작업이 한창이다. 옛날 같으면 그물에 갇힌 멸치 떼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요동치는 것만 보아도 신바람이 날 법한데 어획량이 적어서일까, 영 신통치 않다.

뒷섬이 멀어지고
앞섬이 다가온다
힘차게 노저어라
어-야어-야
어요디요 어요디요

부두에서 만난 고로(古老)에게 물어봐도 이런 노래는 뒷소리만 남아 있고 앞소리는 없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돛을 달고 노를 젓는 무동력선에 의해 이뤄졌던 멸치잡이. 날이 어둡기 전 출어하여 새벽 2∼3시까지 노를 저으며 조업하노라면 어깨가 물러빠지는데, 그래서 이런 멸치잡이 노래는 자연발생적이었으리라. 앞소리는 이물 사공이 그때의 느낌과 생각에 따라 선창했던 것. 따라서 노랫말이 전국 어디를 가나 일정치 않다.

또 1950년대 초듬엔 관솔불로 했다는데, 그래서 멸치잡이 어구 일체를 지금도 ‘봉수망’이라고 부른단다. 지금은 일천촉 전등으로 바뀐 그 봉수망이 불대를 10톤급 배의 중간 부분 그물 쪽으로 홱 돌린다. 불을 쫓아온 주광성 멸치 떼는 갑자기 바뀐 불빛을 따라 그물로 쏟아져 들어온다.

배가 멈춘 상태에서 그물에 갇힌 채 물창을 튀기며 요동치는 멸치 떼를 보는 것은 뱃사람만이 느끼는 희열일 것이다. 선원들은 이때 모든 걸 잊는다고 한다. 배멀미도, 쏟아지는 졸음도, 노동의 피곤함도. 그래서 한밤중에 멸치배를 타는 것을 선유(船遊)한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오는 4월의 ‘기장멸치 축제’때는 이 ‘놀이’가 재현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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