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5호/200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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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취재]

“내라 … 못 낸다” 학교용지부담금 파행

용인시 등 일부 지역 절반밖에 못 거둬 … 3백 가구 미만 시공, 편법도 동원

몇년 전부터 부동산 투기바람이 불어닥친 용인시 구성읍. 구성지구에 위치한 성원쌍떼빌 아파트단지 800여 가구 계약자 중 일부는 지난 2월 말 용인시로부터 학교용지부담금 납부 독촉장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러나 이상하게도 2차에 걸친 독촉에도 불구하고 선뜻 부담금을 납부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인시에서는 새로 개발되는 택지개발지구의 부족한 학교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아파트 계약자들을 상대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 징수해 왔다. 시 교육청이 학교 용지로 사들일 땅의 매입대금 일부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이 나누어 부담하자는 것.

최초 계약자 부담은 ‘징세 편의주의’

그러나 성원쌍떼빌 계약자 중 2월 현재 학교용지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한 가구는 전체 804가구 중 427가구에 불과한 형편. 나머지 377가구는 아직까지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납부율은 총 부과가구 수의 53%. 겨우 절반을 넘긴 수치다.

수지·죽전 지구 등 대단위 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하고 있는 용인시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7월 이후 이 지역 아파트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가구는 모두 1419가구. 그러나 이중 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한 가구는 2월 현재 절반을 겨우 넘는 748가구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용인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25억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지만 실제 징수된 금액은 14억원에 불과해 징수율 57.4%로 도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최근 몇 년 사이 난개발이라는 오명 속에 수지·죽전·구성 지구 등에 대단위 공동주택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학교 수요는 늘어났지만 재원은 이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나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지 않은 계약자들도 나름의 할 말이 있다. 용인 구성2차 32평형 아파트를 계약한 편명덕씨(42)의 경우, 지난 7월 128만원의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를 통보받았지만 아직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편씨는 지금까지 5%의 가산금이 부과된 납부 독촉장을 두 차례나 받았지만 낼 생각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이 현지에 거주하면서 학교시설을 사용하는 실수요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일종의 목적세지만 무조건 최초 분양자가 부담하도록 한 현행 법 규정은 부당하다는 것이 편씨의 주장. 편씨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분양가에서 분리해 실제 거주자가 아닌 최초 계약자에게 무조건 부과하는 것은 전형적인 징세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용인시측은 3월중으로 학교용지부담금 체납자에 대해 압류 통보를 보내고 강제징수 예고문도 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준조세 성격의 학교용지부담금 체납에 대해 압류까지 가는 강수를 두기에는 부담스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대부분 서울과 분당권 등 기반시설이 전국 최고인 지역에서 이주해 온 용인시 주민들은 난개발 홍역을 치르면서 민심이 흉흉한 상태. 이 상황에 선거를 눈앞에 두고 부담금 징수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상황은 용인시만 아니라 징수율이 높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실정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학교용지부담금을 걷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체납처분은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학교용지에 관한 특례법상 계약자는 개발사업 승인 후 60일 이내에, 그리고 납부 고지서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납부하도록 되어 있고 납부기한이 경과하면 10일 이내에 독촉장을 보내도록 되어 있다. 독촉 처분에도 불구하고 계속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을 부과하고 압류 처분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용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강제 징수의 첫 단계인 체납 처분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것.

미납자 체납 처분 한 건도 없어

이처럼 학교용지부담금이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식으로 운영되면서 부담금을 내는 사람만 결과적으로 손해 보고 있다는 원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는 부담금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 김포시에서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모씨는 “마구잡이 분양 열풍에 휩싸였던 용인시에서 부담금 징수율이 가장 낮다는 것은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프리미엄만 챙기겠다는 거품 수요가 몰린 탓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현행 학교용지부담금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가구별 분양가격의 0.8%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2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학교용지부담금으로만 16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니 결코 적은 돈이라 할 수 없다.

아파트 분양 열기에 따라 분양권 전매를 생각하고 있는 계약자들도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들어가 살 집도 아닌데 주변 학교시설 입주에 대한 부담을 왜 지느냐는 논리. 용인 구성지구에서 아파트를 계약한 또 다른 계약자는 “분양권 전매 제도가 허용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계약자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억지 논리일뿐더러 집안에 취학 대상자가 없는 경우에도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말했다.

또 같은 행정구역 안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야 하는 단지와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단지가 뒤섞여 있는데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계약자들의 궁금증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성원쌍떼빌과 같은 구성지구에 있는 구성3차 쌍용스윗닷홈의 경우 학교용지부담금이 전액 면제된다는 점을 계약자들을 상대로 집중홍보하고 있다. 쌍용스윗닷홈의 경우 성원쌍떼빌과 달리 이미 99년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2000년 3월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 단지에 한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경과 규정에 따라 부담금 부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학교용지부담금이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건설업자들 입장에서는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부담금 납부 의무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의 경우 ‘300가구 이상’이라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기준을 피하기 위해 단지 내 가구 수를 290∼299가구로 맞추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분양가 25평짜리 아파트 300가구 단지에는 부담금이 부과되고 55평짜리 아파트 290가구에는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 현실이다.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지난 95년. 부담금 제도를 만든 것은 대규모 주택건설과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한 교육 여건 악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용지난 해결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례법 제정 이후 6년 동안 실제로 부담금을 부과한 실적 자체가 전무할 정도로 이 법은 잠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담금 부과와 산정, 징수 기준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포괄적으로 위임해 놓고 있어 지자체들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바람에 사실상 사문화되었던 것.

최근 들어 학교용지부담금을 제대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중앙정부가 아니라 경기도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김포, 일산, 용인, 의정부 등에 대단위 택지개발과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으면서 추가 재원 없이는 학교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중앙정부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던 것. 그 뒤로 지금까지 학교용지부담금에 관한 자체 조례를 만들어 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지자체는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울산 등 특별시·광역시를 포함해 모두 10곳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조례가 제정된 것이 지난해 11월로, 아직까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및 징수 실적이 한 건도 없다.

징수 실적은 별로 없으면서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일산 신도시 주변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학교용지부담금 납부 거부운동이 그런 경우. 고양시 풍동 SK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고양시가 부과한 117만∼197만원의 부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나서자 결국 고양시는 손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주민들의 납부 부담을 없애고 사업자들이 부담금을 납부한 뒤 나중에 시가 이를 사후 정산해 주기로 한 것.

교육부에선 현황 파악도 못해

고양시는 이미 99년부터 학교나 공원 등 공공기반 시설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택지개발 예정지의 경우 개발사업 시행자가 개발부지의 40%를 시에 무상기부 채납하도록 하는 ‘준도시 취락지구 개발계획 수립 지침’을 마련해 시행중이었다. 입주 예정자들이 ‘이중부담‘이라며 반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

그러나 일산 신도시 주변 대단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중에는 ‘이미 사업자가 고양시에 기부한 땅이 수천평’이라며 앞으로도 학교용지부담금 고지서가 발부되면 행정소송을 내서라도 납부를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계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산 신시가지 주변에는 풍동, 식사동, 대화동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지금도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청 박찬옥 도시계획과장은 “당초부터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용지를 기부받아 놓은 만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양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늘어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구의 갑작스런 증가와 학교수요 증가에 따라 ‘수익자 부담‘이라는 원칙만 세워놓았을 뿐 법 제정 7년이 되도록 구체적 대안 마련에는 게을렀다는 이야기다.

경기도는 현재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용지부담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부담금 부과 기준을 가구 수에서 평형 규모로 변경하고 △부담금 부과·징수 대상을 변경하거나 △학교용지 공급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육 수요에 따른 학교용지 확보를 책임져야 할 교육부는 여태까지 기초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조례에 의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만큼 교육부가 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 교육부 교육시설담당관실 관계자는 “학교용지부담금 징수 실적 등을 이제부터 종합적으로 파악해 보겠다”고만 밝혔다.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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