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9호/200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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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기자의 세상 속으로]

노추(老醜)는 이제 그만…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JP), 김영삼 전 대통령(YS),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일은 공교롭게도 모두 1월이다. 한반도 남쪽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제각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주’(覇主) 네 사람이 모두 1월생이라는 사실은 훗날 역사가들에게 흥미로운 대목이 될 성도 싶다.

이로 인해 정초 정가는 이들 네 사람의 생일잔치로 매우 분주했다. 김대통령이 가장 이른 6일 77세가 되었고, JP는 7일 76세가 되었다. YS는 16일 74세, 전두환 전 대통령은 18일 72세가 되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오는 6월에 67세 생일을 맞는다. 이 땅의 현실정치를 쥐락펴락하는 다섯 사람 모두 70세가 훨씬 넘었거나 70세 가까이 된 할아버지들인 셈이다.

노인의 특성은 잘 토라지고, 잘 노하며, 조그만 일에도 잘 감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버릇없는 얘기”라고 혼내실 분도 있겠지만, 집에서 노인을 모시고 산다면 공감하는 분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위의 다섯 분이야 장삼이사(張三李四)와 달리 비범한 분들이요, 대통령과 총리로서 나라를 경영해 본 분들이다. 훨씬 더 많은 참을성과 포용력을 길러왔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속절없는 세월을 비켜가기란 불가능한 터여서, 요즘 이분들의 행동거지를 보면 절로 웃음 나오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쓴웃음이다.

지난해 1월만 해도 JP는 이회창 총재에 대해 “자민련을 깔아뭉개려 한다. 벌써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자기보다 내가 더 정치를 오래 했다. 자기가 뭘 안다고 그러나. 나도 이제 참을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 지난 10일 방영된 KBS 신년대담에선 한나라당의 충청권 공략에 대해 “지지를 더 많이 얻으려는 것은 정당 본연의 자세다. 어떤 당이 충청도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충청권이라는, 자신의 존립 근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매우 파격적인 발언이다. 8일에는 “내각제에 대해 진지하게 나온다면 (이총재와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놈의 내각제가 뭐기에 이리도 한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인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YS와 이총재의 사이다. 그동안 ‘견원지간’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어울리던 이들은 3일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 이후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난데없는 봄바람이 살랑인다. 일주일 전인 지난해 12월27일 마포포럼(YS 정부 시절 장·차관 모임) 회동에서도 YS는 이회창 총재를 보는 둥 마는 둥 싸늘하게 대했다. 이때만 해도 YS는 “감사원장과 총리, 당 총재까지 시켜주었는데 신의가 없다”고 이총재를 비판한 종래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면서 YS의 태도는 백팔십도 돌변했다. 세배객에게 이총재 험담도 하지 않았고, 무려 70여분이나 걸린 두 사람만의 밀담이 끝난 뒤에는 흐뭇한 얼굴로 이총재 손을 잡고 집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70대 할아버지들 정치판 지겹고 짜증난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가에서는 YS가 그동안 섭섭하게 여긴 점들에 대해 이총재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YS 차남 현철씨의 총선 공천 보장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다. 상도동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철씨의 공천 보장과 관련해 “두 분 사이에선 그것보다 훨씬 큰 일이 논의됐을 것”이라면서 “다만 두 분 사이의 관계가 진전된다면 그런 부분(공천)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현철씨의 정계 진출에 대한 보장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밀약이 사실이라면, 공당(公黨)의 사당화(私黨化)와 밀실정치라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대물림되는 비극적인 일이다. 이들의 관계에서 보듯 이해에 따라 언제 어느 때든 적이 되기도 하고, 동지가 되기도 하는 ‘할아버지들의 행동양식’이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부추길 냉소주의의 폐단 또한 과소평가돼서는 안 될 듯하다.

너무 자주 틀어 변질된 흑백 화면의 ‘재방송’에 국민들은 짜증날 대로 나 있다.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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