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호/200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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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포인트]

설송 스님 병실에 정치인 몰린 까닭은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불승종 종조 설송(雪松) 스님이 신장 이상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 9월 초부터 약 10일간. 올해 84세의 고령인 만큼 병원 출입이 화제가 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설송 스님의 입원이 정치권에서 회자된다. 왜 그럴까.

우선 여야 유력 대선후보와 부인들이 줄을 이어 남보다 늦을세라 문안 인사를 갔다는 점이다. 설송 스님은 방문해 준 그들의 정성이 고마웠던 듯 나름의 천기(天氣)를 하나씩 전달했다고 한다. 소문이 안 날 수 없는 상황이다. 평소 설송 스님과 친분을 나눈 여권의 대선후보가 설송 스님을 찾은 것은 입원 3일째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지난 8월에도 설송 스님을 만나 정치적 진로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여권 유력 후보 부인 몇몇이 그 뒤를 이었다. 설송 스님은 이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덕담을 건넸다. 반면 어떤 여권 대선후보의 부인은 설송 스님을 만나지도 못했다. 정보에 늦었기 때문이다.

영남후보 옹립으로 바쁜 민국당 김윤환 대표에게 설송 스님은 ‘선산 이장’을 권했다고 한다. 그래야만 “가득 채울 날이 온다”는 것. 그러나 김대표 측근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그는 “선산 이장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설송 스님이 주유천하할 때 김대표의 고향(경북 선산)에 들러 선산을 둘러본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병문안을 간 이수성 전 총리의 한 측근에게 설송 스님이 건넨 화두도 의미 있게 들린다. “JP는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 이 전 총리측이 설송 스님을 찾은 9월 초는 JP가 DJP 공조를 깨고 나와 좌충우돌하던 시기다. JP가 YS와 회동을 이어가는 등 흔들림 없이 정치행보를 유지한 것은 이 같은 설송 스님의 진단(?)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이 전 총리측의 설명이다.

설송 스님은 지난해 “왕목(王木)이 죽으면 거기서 싹이 나와 또 왕목이 되는 게 아니다. 왕목은 다른 곳에서 나온다” 는 천기(?)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천기는 대선주자들에게 진리이자 뛰어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왔다던가.

과연 새로운 왕목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궁금증을 안은 여야 대선후보와 부인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지만 왕목의 새로운 생성지는 끝내 알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셈이다.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줘도 탈, 안 줘도 탈 … 말 많은 공연 지원

지난 10월17일 문화관광부에서는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의 운영과 관련한 회의가 열렸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문광부가 2002년 사업 실시를 앞두고 문화예술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것이다.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은 99년 당시 IMF 체제에서 위축된 공연예술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극·음악·무용·국악 4개 분야의 공연작품이 지원대상이며 문광부와 지자체가 예산의 절반씩을 부담한다. 심사 권한은 각 지자체가 갖고 있다. 올해 지원금의 규모는 총 100억 원이었으며 내년에는 120억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사업의 지원금을 받은 ‘우수작품’들의 공연 수준이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만 11편의 작품이 지원금을 받은 오페라가 가장 심각하다(주간동아 304호 ‘한국 오페라 날개 없는 추락’ 기사 참조). 회의 참가자들은 무려 1504편(2001년)의 작품이 지원해 절반에 가까운 685작품을 지원작으로 선정했으며 심사 역시 서류로만 이루어진 점, 또 지원 후 사후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반면 지자체 관계자들은 “느닷없이 큰돈이 들어와 우리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문광부가 심사 권한을 도로 가져가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이 문화예술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심사위원의 공정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연단체들의 양심이 확보되지 않는 한, 제도를 아무리 뜯어고쳐도 비슷한 문제는 매년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극평론가 정진수 교수(성균관대)는 “지자체에서는 공연예술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단체를 급조해 지원금을 타내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며 “지원금을 임시 대여 방식으로 전환하고 심사위원 수를 늘리며 사후 정산을 철저히 하는 등 사업의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서울은행’ 재벌 품에 안길까

도이체방크 캐피털 파트너스(DBCP)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서울은행이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은행 소유 허용 작업의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지난 10월22일 “기존 은행 합병보다 금융전업 그룹 매각도 의미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국내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민영화 이후 시장에서 주주 의사에 따라 자연스레 또 한번의 합병을 거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민영화가 서울은행 매각의 끝이 아님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울은행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매각 결렬 이후 그동안 △독자생존 △기존 은행 합병 △금융전업 그룹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돼 왔다. 그러나 최근 동양그룹 등 금융업 진출을 꿈꾸는 일부 기업들이 서울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매각을 통한 민영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려왔다. 게다가 아직 때이른 분석이기는 하지만 추가 합병 시나리오 역시 금융산업의 판짜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빛 주도의 지주회사, 국민+주택은행, 신한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등 굵직굵직한 조합들로 금융산업이 재편돼 가는 마당에 한미은행 같은 ‘어정쩡한’ 은행들이 합병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 투입 등을 전제하고 있는 조흥·외환 등 기존 부실은행과의 합병은 해당은행들의 희망사항임에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과의 합병일 경우 우량은행 합병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 일부 부실은행의 언론 플레이에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서울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으나 현재 구조조정과 부실 여신 정리 결과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어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은행측이 밝힌 금년 9월 말 현재 부실 규모는 고정 이하 여신이 3.6%로 지난해 말 19.75%에 비해 20%도 안 되는 수준. 게다가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이미 1100억 원 정도의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서울은행측의 설명이다. 서울은행은 주인이 바뀔 운명이지만 느긋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말…말…말…

  • 세금 때문에 신고를 안 하는 게 관행이다.
    -10월17일 변호사인 민주당 이상수 총무
    벤처기업 주식분쟁과 관련해 변론을 맡고도 변호사 선임계를 늦게 낸 데 대해.

  • 헌법책부터 보고 오세요.
    -10월19일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남용’을 제재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면책특권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라며.

  • 야당끼리 합치는 것이니까 야합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김용환 의원
    자신과 강창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에 대해 민주당이 야합이라고 비판하자.

  • 빈 라덴은 비즈니스 면에서도 매우 탁월한 상품.
    -파키스탄의 한 상인
    최근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해 그의 모습을 인쇄한 티셔츠와 포스터 등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며.

  • 킬링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10월16일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다른 산업으로의 탈출구가 없는 D램 공급업체들이 공급 과열이라는 생존경쟁을 통해 서로간의 자연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며.

  • 영화가 본보기를 만들고 테러범들이 그 영화를 모방한다.
    -10월18일 미국 영화감독 로버트 앨트먼
    폭력영화들은 공격훈련용 교본이나 다름없다며.

  • 인생에서 실패자로 남고 싶지 않았다.
    -탤런트 오현경
    2년6개월 만에 영화 ‘블루’ 출연 등 연예활동을 재개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사·용·어

뉴라운드

우루과이라운드를 대체할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 뉴라운드는 당초 지난 99년 시애틀 각료회의를 통해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반세계화 시위 등의 영향으로 회의 자체가 무산되면서 11월 카타르의 도하에서 제4차 WTO 각료회의를 열어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현재 농업협상과 서비스시장 개방 문제, 반덤핑 협정 개정문제 등을 둘러싸고 막바지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하이에서 열린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참석 정상들은 뉴라운드의 연내 출범에 합의했다.

면책특권 (privilege of speech)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대한민국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의 발언 ·표결의 자유라고도 한다. 그러나 국회 밖에서 한 발언, 직무상 관계없는 발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국회 안에서 한 발언을 밖에서 다시 발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야당 의원들이 여권 인사들의 비리 연루 의혹을 실명으로 거론해 이 권리의 한계와 범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측 주장은 명예훼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독일처럼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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