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호/20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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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쉿! 나만의 미각여행 | 창녕 우포늪의 붕어찜

 
 

영혼이 버들붕어처럼 떨릴때의 입맛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문서(古文書)는 어디에 있을까. 우포늪이야말로 고문서, 그것도 살아 있는 고문서라고 말한 강병국(姜秉國, 국제신문 사회 2부장) 형의 표현이야말로 우포늪을 가장 우포늪답게 표현한 글이다.

우포늪은 경남 창녕에 있다. 1억4000만 년 전 해수면이 부풀어올라 낙동강을 범람하면서 토사가 토평천의 입구를 막아 배후 습지를 만들었다. 창녕군 이방면·대합면·유어면 일대에 둘레 7.5km로 여의도 넓이 70여 만 평과 맞먹는 습지가 우포늪이다. 우포(牛浦)는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 쪽지벌로 이루어져 있다. 살아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푸른 우포 사람들’의 문현식 박사(사무국장)가 “신안 해저 유물보다 값진 생태유적지로 우리 나라 자연환경 변천사를 고스란히 보존하는 타임캡슐이며 유전자 창고”라고 말한 설명이 폐부를 찌른다.

겨울 우포는 철새들의 천국, 내륙습지로는 최대의 철새 도래지다. 창원 주남저수지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포늪으로 둥지를 옮긴 때문이란다. 새들은 드물어도 초록 무성한 여름의 우포 모습 역시 가슴 속을 시원하게 훑는다. 부들과 창포, 올방개, 붕어마름, 생이가래자라풀 등이 저마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수심 2∼3m 안팎의 물속은 가물치·미꾸라지·우렁쉥이·붕어들로 꽉 차 있다. 우포민박집의 노기열씨는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정도로 붕어가 많았다”면서 그물을 많이 치는 것이 흠이라고 한다. 우황산(牛黃山) 솔숲에는 텃새가 된 왜가리가 둥지를 틀었는데, 우황산 자락에 오직 한 집 우포민박집(055-532-6202)이 있다. ‘붕어찜’을 주로 하지만 때로는 붕어회도 가물치회도 메기탕도 손님의 입맛에 따라 척척이다. 이 집말고도 사지포 쪽의 주매마을에는 붕어집이 두세 집 더 있다. 붕어회가 껄끄럽다면 땅붕애(떡붕어)로 찜을 시키면 된다. 희나리(참붕어)는 몸채가 날씬하고 훌쭉하여 아무래도 음식 맛으로는 떡붕어만 못하기 때문이다. 붕어찜은 4인분 2만 원인데, 2인분 1만 원쯤이면 족하다.

덤으로 나오는 우렁이무침과 물천어튀김도 입맛을 돋운다. ‘입맛과 눈요기’라는 말도 있지만, 붕어찜을 시켜놓고 오후의 노을 속을 비낀 새들을 찾아 우포늪을 빙 둘러 청량한 바람을 헤치는 것도 좋다. 왕버들·갯버들의 군락지인 나무벌(목포)을 따라 쪽지벌의 붕어마름 흑요석(黑曜石) 융단을 밟고 말조개나 우렁이를 파보는 것도 우포늪의 재미다. 우포늪지기 시인 배한봉의 시는 그래서 ‘우포 낙조’를 이렇게 읊었다.

‘청둥오리떼 날아오르자/ 물억새들이 일제히 소리질렀다/ 겨우내 바람과 어둠과 눈보라 속에서/ 쓰러져 마른 그 소리들이/ 하늘을 점령하자 저녁이 당도했다/ 나는 늘 늦은 것이다/ 늦어서 生의 일부분이 조금씩 뜯겨서 나가고/ 가슴에는 구멍이 뻥 뚫리는 것이다/ 그 구멍으로 자주 물이 빠져나갔다// 물 빠진 내 영혼/ 물 빠진 늪 뻘밭에 발을 내딛네/ 물고랑에는 아직도 버석거리는 얼음들/ 뻘밭에 찍힌 발자국마다/ 붉은 핏덩이 고이네… 낙조에 끌리는 서쪽 길…(하략)’

뻘밭에 찍힌 발자국에서 붉은 핏자국 같은 노을을 보고 서쪽 길을 의식하는 시인의 영혼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가를 만나보는 것도 우포늪의 시심(詩心)이다. 그리고 밤별을 줍고 돌아와 쫀득쫀득한 붕어찜을 들거나 메기탕을 든다. 이는 곧 영양식이 아니라 영혼식(靈魂食)으로서의 입맛이다. 여행이란 늘 그렇지 않던가. 버들붕어처럼 떨림이 없는 영혼이란 얼마나 삭막한가!

그런데 참고할 것은 우포늪의 붕어는 청호지(계화 간척지)의 자치가 넘는 떡붕어와는 달리 모두가 잔챙이들이라는 사실이다.

노기열씨의 학설에 따르면 수심이 얕아 붕어가 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포늪의 붕어가 황달병에 좋듯이, 이곳에서 발견해 우포늪 사무국에 보존된 빗방울화석무늬들처럼 아침 산책길엔 또 물안개가 피어 얼마나 아련하겠는가를 상상만 해도 좋을 듯하다.


Tip

우포늪

경상남도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세진리에 걸쳐 있는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늪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70만 평의 늪지에는 수많은 물풀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1997년 7월26일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환경부고시 1997-66호)으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1998년 3월2일 람사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었다. 이제 우포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보존해야 할 곳이 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우포늪 사이버생태 공원(http:// woopo.cng.or.kr)을 클릭하면 우포늪에 직접 가지 않고도 우포늪의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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