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동면 물레방아

강원도 정선군 동면의 백전리라는 두메마을에는 아직도 제 구실을 다하는 물레방아가 있다. 원래는 통방아 1기를 포함해 모두 6기의 방아가 있었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189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물레방아만 남아 있다. 무려 110여 년이나 된 방아인데도 명절 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간간이 덩더쿵타령을 쏟아내며 떡방아나 고추방아를 찧곤 한다. 그리고 마을 위쪽의 산중에는 사시사철 많은 물이 샘솟는 ‘용소’(龍沼)가 있어 방아를 돌리지 못할 만큼 물이 부족한 경우도 별로 없다고 한다.

물레방아가 있는 백전리는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삼척시 하장면 한소리와 이웃해 있다. 그러나 두 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로만 구분될 뿐 실제로는 한 마을이다. 물레방아에 대한 사용권과 소유권을 가진 ‘방아계’도 두 마을의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민들은 화전정리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70년대 초까지도 주로 화전(火田)을 일구며 살았는데, 지금도 당시의 삶이 부분적으로나마 유지되고 있다.

땔감용 장작을 산더미처럼 쌓아둔 집이 있는가 하면, 여름철에는 삼[大麻]을 베거나 찌느라고 몹시 분주해 하는 광경이 이따금씩 목격된다. 이곳처럼 삼농사를 많이 짓는 곳에서는 삼의 속줄기인 겨릅으로 지붕을 이기도 하는데, 백전리의 물레방앗간은 현재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겨릅집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전통가옥 중에는 흔히 구들돌로 쓰이는 얇은 점판암을 기와 대신 올린 ‘돌능애집’(돌너와집)도 있다. 단열성(斷熱性)이 좋은 돌능애집은 겨울철에 냉기를 막아주고 여름철에 쉽게 달아오르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초가 삼 년, 기와 백 년, 돌 천 년”이라는 옛말처럼, 한번 지붕을 올리면 수백 년은 거뜬히 견딜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밥술이나 먹는 집은 으레 돌기와로 지붕을 이어 세도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금도 정선군 북면 나전리에는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돌능애집이 남아 있다. 백전리의 물레방아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정선 소금강도 한번 둘러봄 직하다. 동면, 특히 면소재지인 화암리 일대에는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수려한 절경들이 즐비하다.

구전되어오는 정선아라리 중에도 “정선의 구명(舊名)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데 가고 산만 충충하네/ 일강릉 이춘천 삼원주라 하여도/ 놀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은 동면 화암이로다”라는 노랫말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화암리와 몰운리 사이의 4km 구간에는 화표주 거북바위 몰운대 광대곡 화암약수 등 화암팔경을 이루는 절경들이 줄을 잇는다. 동대천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424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이 절경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