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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피플
이종왕 대검수사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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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 수사도중 사표를 낸 이종왕 대검수사기획관（50）은 가는 곳마다 ‘검찰의 자존심’이라는
별칭을 달고 다닌다.
이같은 별칭은 그가 법무부 검찰1과장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 아니다. 그는 어디에서든지 올바른
원칙이라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해 소신을 굽히지 않아 선후배 검사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그런 이기획관이 박주선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에 대한 3차 소환 조사를 앞둔 12월16일 오후 5시경 대검청사 7층 집무실에서 목소리를 높였다.“이 사건 수사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사법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 소리는 주로 대검 부장（검사장）들이 근무하는 대검청사 7층 복도로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2시간 뒤 이기획관은 돌처럼 굳은 표정으로 기자실로 내려와 “박전비서관의 소환방침은 ‘검찰’의 결정”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집무실에서 짐을 챙겼다. 그는 이미 대검 간부를 통해 사표를 제출한 상태였다. 이기획관의 사표제출 배경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옷로비 사건’의 축소 조작의혹, 즉 권력핵심부의 비리를 규명하는 수사에서 수사팀을 대변하는 이기획관과 검찰 수뇌부의 마찰이 계속됐던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이상기류는 11일부터 일기 시작했다. 수사지휘부와 일부 간부가 수사실무팀에게 이기획관을 거치지 말고 직보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기획관은 예정했던 브리핑을 돌연 취소하고 퇴근했다. 이기획관은 그러나 ‘검찰조직 보호’본능이 발동해서인지 이런 사실에 대해 일체 말문을 닫고 있었다. 일선 검사들은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행동만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검찰의 원칙을 체현（體現）하는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그의 원칙이 무너졌다면 검찰의 원칙도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49년 경북 경산 출신인 이기획관은 72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17회（75년）에 합격한 뒤 육군법무관을 거쳐 80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명됐다. 그는 초임 검사시절 억울한 누명을 쓴 피의자의 혐의를 벗겨준 일에 검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지금도 절도죄로 송치된 한 고물장수가 무죄로 풀려난 뒤 서투른 문체로 보낸 편지를 다시 읽어보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는 것. 이기획관은 89년 서울지검 고등검찰관으로 승진한 뒤 대검 공보관과 법무부 검찰 1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기획 특수 공안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갈수록 검사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우수한 중견 검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던 인사 관행도 그가 바꿔 지금은 능력 있는 검사가 지방으로 먼저 가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그는 공식적인 업무에는 ‘얼음장’처럼 냉정하다. 그는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비밀누설 등의 죄는 일반인이라면 구속 사안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전직 검찰총장에게는 더 엄격한 법 적용이 요구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그를 오랫동안 만나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군복부 중인 아들과 딸을 둔 그의 취미는 등산. 대검의 한 간부는 “이기획관이 산길을 걷다가 미쳐 끝내지 않은 수사가 가시덤불로 빠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검찰을 구출하러 되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위용/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viyonz@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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