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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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몬 아니메 문화대사

  •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입력2008-04-30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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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40대 일본인들과 만났을 때 쉽게 친밀감을 갖도록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다. 아톰, 마징가 제트, 캔디 등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동년세대가 이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서적인 공통분모가 있다는 데서 안심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한국의 30, 40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청소년들 대부분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전 세계 TV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중 60% 이상이 일본제라고 한다. 예를 들어 ‘포켓몬스터’는 미국 등 68개국의 TV 전파를 탔고, 46개국 극장에서 상영됐다. 캐릭터 등 관련 상품 매출액은 2001년에만 1200억 엔을 넘어섰다. 급기야는 애니메이션의 제왕인 월트 디즈니조차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력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월트 디즈니는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 등과 함께 3편의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데 대해 일본 정부는 크게 고무된 눈치다. 일본 외무성은 3월19일 인기 만화캐릭터인 ‘도라에몬’을 ‘아니메(アニメ) 문화대사’에 임명하고 취임식까지 가졌다. ‘아니메’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일본식으로 옮겨놓은 말이지만 최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 용어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

    일 애니메이션 주가 급상승 … 한국도 따라잡을 가능성 커



    디즈니와 구분되는 아니메의 특징을 한마디로 꼽으라면 ‘영세성’일 것이다. 일본에 있는 400여 아니메 제작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이고, 자체기획과 투자계획을 집행할 수 있는 기업은 도에이 애니메이션 등 극소수에 그친다. 출발부터 아니메는 영세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니메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은 1963년 TV로 방영된 ‘무쇠팔 아톰’이다. 당시 TV 방송국이 제작회사 측에 제시한 금액은 제작 원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초당 24컷인 데 비해 아니메가 8컷에 불과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니메는 줄거리를 재미있게 구성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 TV 방영료만으로는 부족한 제작비를 뽑아내기 위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했고, 캐릭터 상품도 개발했다. ‘힘센’ 방송국을 상대하다 보니 질 좋은 애니메이션을 싸게 만들 수 있는 요령을 초창기부터 몸으로 익혀온 셈이다. 아니메의 강점으로 꼽히는 스토리의 흡인력과 입체적 마케팅 능력은 이처럼 아니메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차세대 전략산업의 하나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4월11일 ‘2008년도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산업 육성 지원사업’에 63억여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아니메에 비하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인한 도전정신 앞에서는 불리함조차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우리가 아니메의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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