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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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은 IT의 특권?

  • 입력2004-10-22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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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각은 IT의 특권?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 중에는 시간을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곡가나 작가들처럼 IT(정보기술) 종사자들 또한 밤을 벗삼아 일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밤이 좋아서라기보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일수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창작의 고통이 있는 일일수록 동이 트는 일에 익숙해지게 마련입니다. 웹 프로그래밍 언어의 선구적 존재인 펄(Perl)을 탄생시킨 래리 월은 일찍이 조급함과 오만함과 함께 게으름을 프로그래머의 미덕으로 삼았을 정도이니, 게으르고 싶은 그들의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로움을 누구나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프로그래머는 주위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는 지각쟁이나 말썽꾸러기로 여겨지기 십상입니다. IT의 현장에서 반복되는 야근과 밤샘이 그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는 것뿐이겠습니다만, 요즘과 같이 아침형 인간이 선호되는 사회에서 심야형 인간은 조직의 골칫거리로 구박받는 셈입니다.

    근태를 둘러싼 신경전은 점점 첨단화를 걷습니다. 네트워크 로그온 시간으로 체크를 하는 것은 구식입니다. 주파수식 출입용 사원증을 이용해 출퇴근을 체크하거나, 지문인식으로 출퇴근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아예 SAP과 같은 외산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는 한국적 근태 관리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사 담당자들이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근태 관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센티브라고 합니다. 한 달을 지각하지 않으면 5만원이 나온다면, 당장 달라진다고 합니다. 역시 채찍보다는 당근이 우선하는 모양입니다. 지각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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