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2011.04.25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장수 식사법 & 보조식품 열전 … 제철 신선식품 중심 5가지 식품군 골고루 섭취

  • 유태종 건양대 식문화연구소장 고려대 식품공학과 전 교수 곡천건강장수연구소장

    입력2011-04-25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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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건강 장수는 인류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장수식품이 수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몇 가지 식품이 인간의 장수를 보장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폭군일수록 장수식품을 많이 찾았음을 알 수 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으려고 3000여 명의 군사를 동방으로 파견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찾은 것이 상어지느러미, 원숭이 골, 모기 눈알 , 제비집 , 해구신 등인데 중국에선 아직도 이런 것이 장수 및 강장 식품으로 인기를 끈다.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는 송로버섯이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그것을 캐 오는 사람에게 그 무게만큼의 황금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흔한 식품이 아닐 뿐, 장수식품은 아니다.

    성인병 발병과 식생활은 밀접

    노화라는 숙명적 현상은 생물학적 변화 외에도 여러 인자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진다. 하루 세끼 식사만 제대로 해도 상황은 달라진다. 식사를 단지 영양을 공급하고 배를 채우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착각. 식사는 음식을 먹기 전 단계에서부터 먹을 때의 분위기, 환경, 그리고 다 먹을 때까지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치료식이 아닌 이상 식단을 특별하게 짤 필요는 없다. 한때 콜레스테롤이 적은 식사를 해야 한다면서 달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먹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하루에 달걀 3개 정도는 먹어도 상관없다. 최고의 고단백 식품인 달걀은 단백질이 노른자에 35%, 흰자에 60%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제철에 나는 신선 식품을 중심으로 5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먹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장수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생활을 할까. 필자는 세계 장수자들의 식생활을 고루 살핀 후 ‘건강 장수를 위한 유태종 교수의 식생활 지침’을 만든 바 있다. △편식을 피하고 제철 음식을 골고루 먹기 △육류와 생선, 달걀, 콩류를 매일 알맞게 먹기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과일도 곁들이기 △지방질을 매일 조금씩 섭취하기 △미역이나 다시마, 톳, 김 같은 해조류를 자주 먹기 △우유나 유제품(발효유)을 매일 먹기 △과식을 삼가고 천천히 즐겁게 먹기 등이다.

    당뇨병, 신장병,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등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오랫동안 불규칙적으로 영양 균형이 맞지 않는 식생활을 계속하면 이런 질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생활습관병을 이겨내고 젊은이와 같은 생활을 하는 장수자에게는 ‘100세 청년’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호적상의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무병장수의 기본이다.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단백질 식품인 콩.

    중국에서는 예부터 “올바르게 식사를 하면 병들지 않는다. 병은 식사로 바로 잡고, 그래도 낫지 않을 때는 약을 쓰면 된다”는 ‘의식동원(醫食同源)’ 사고가 전해온다.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며 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만 보아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음식이 병의 치료제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의를 위해 영양소 조성이 비슷한 식품끼리 모아 5가지 기초 식품군으로 나누고, 이들을 매일 식사에 포함할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필요한 영양소의 대부분을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제1군은 단백질의 주 공급원으로 고기, 생선, 알류, 콩류 △제2군은 칼슘의 주 공급원으로 우유 및 유제품, 뼈째 먹는 잔생선 △제3군은 비타민과 무기질의 주 공급원으로 과일류, 채소류 △제4군은 탄수화물의 주 공급원으로 곡류, 감자류 △제5군은 지방의 주 공급원으로 유지류, 종실류 등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서는 이것과 제6의 영양소라 부르는 식이성 섬유를 적당히 먹어야 한다. 식이성 섬유가 부족하면 변비에 잘 걸린다. 사람이 자주 먹는 식품은 약 600종으로, 그중 한 가지만 계속 먹으면 영양의 균형이 무너지고 질병에 걸린다. 가능하면 조금씩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생긴 말이 ‘장수하고 싶다면 하루 30가지를 먹어라’다.

    건강보조식품 맹신은 금물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지켜야 할 7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주식은 제4군인 쌀이나 빵, 면류로 하고 부식은 제1군인 생선류와 육류, 콩류를 중심으로 제2군인 우유와 제5군인 유지류를 첨가해야 하며, 3군과 4군인 채소를 곁들여야 한다. 둘째, 세 끼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 한 끼라도 거르면 30가지를 먹기가 어렵다. 셋째, 가능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고 넷째, 가공 식품을 먹을 때는 다른 것과 함께 먹는다. 인스턴트 라면에는 채소, 달걀을 넣거나 우유, 과일을 곁들인다. 외식할 때는 일품요리보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요리를 선택하고, 면류나 덮밥을 먹을 때는 샐러드나 국, 찌개를 곁들이면 4~5가지 식품을 더 섭취할 수 있다.

    다섯째, 가족이 함께 식사한다. 식단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먹으면 소화가 더 잘된다. 여섯째, 되도록 싱겁게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은 소금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5~8g)의 3~4배(20g)를 먹는다. 권장량은 사실 천연식품으로도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한꺼번에 줄이기 어려우므로 매일 조금씩 줄여나가야 한다.

    나이 들수록 몸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이나 몸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먹으면 곤란하다. 건강보조식품으로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이들 식품은 말 그대로 ‘건강을 보조하는 식품’일 뿐 치료제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증상이나 필요에 따라 보조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잘 알려진 건강보조식품과 효능은 다음과 같다.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등 푸른 생선인 참치는 DHA가 풍부하다.

    DHA와 EPA>>> 덴마크인과 에스키모인 이누이트 족을 역학조사한 결과, 양측 모두 육식을 즐기는 식생활을 하지만 이누이트 족은 심근경색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덴마크인보다 낮았다. 그 원인은 바로 식생활에 있었는데 이누이트 족은 EPA와 DHA가 풍부한 생선과 물개를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EPA는 혈관 내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피떡’으로 알려진 혈전의 생성을 막는 한편, 혈관 벽에 침착하는 것을 억제해 피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하지만 생선 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혈액의 응고력이 떨어져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DHA는 참치 머리 부분에 있는 성분으로, 참치가 건강식품으로 유명해진 것도 DHA 덕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DHA의 기능은 기억력 및 학습 능력 향상, 치매성 질환 개선, 시력 저하 억제, 혈중 지질 저하,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알레르기 증상 개선, 제암 작용, 항당뇨 작용 등이다. DHA는 안전성이 높아 식품 소재로도 각광받는다.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블루베리는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블루베리>>> 눈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효과는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때문으로,엑기스로 하루에 121~200mg 섭취하면 근시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스피루리나>>> 미국, 아프리카의 열대지역 호수에 분포하는 남조류로, 고온·고알카리성 담수에 산다. 말린 스피루리나 100g에는 단백질이 60~70g, 섬유소가 5~7g, 엽록소가 800~2000mg, 프로비타민 A가 100~200㎍ 들어 있다. 나이 들면 그에 상응한 영양 공급이 필요한데, 스피루리나는 영양보충제로 좋다. 이와 비슷한 녹조식물이 클로렐라다.

    버섯>>> 면역력을 높이는 다당류와 글리신·알라닌·리신·메티오닌·티로신 등의 비타민류, 코발트·게르마늄·칼륨·망간 등의 미네랄, 효소, 섬유질이 들어 있어 영양가가 매우 높고 영양 밸런스도 우수한 식품이다.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송이버섯.

    알파파>>>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목초로, 어린 싹을 건강식품으로 이용한다. 식이섬유와 비타민 A·K·B는 물론 칼슘, 인 등이 풍부해 배변을 도와주고 체중을 조절하는 데도 좋다. 단백질 함량이 밀의 1.5배나 된다.

    어린 보리 잎 엑기스>>> 보리 새싹을 채취해 추출 정제한 것.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미량의 미네랄과 칼슘, 아연, 구리, 마그네슘, 칼륨, 철이 풍부하다. 시금치보다 칼슘은 10~11배, 마그네슘은 3~4배, 칼륨은 16~18배 많다. 비타민도 많아 비타민 B1은 우유의 30배, 비타민 C와 카로틴은 각각 시금치의 30~33배, 6~7배 많다. 채소의 1일 권장량을 쉽게 섭취할 수 있다.

    세끼 식사만 잘 챙겨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굴은 타우린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다.

    타우린>>>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어패류나 연체동물에 많이 함유돼 있다. 두뇌 성장과 신경 발달에 관여하며 혈압 강하 효과도 있다. 간장질환의 예방과 치료, 해독 작용에서도 유용성을 인정받았다. 주요 식품 100g 가운데 타우린 함량은 대합 1080mg, 굴 1130mg, 오징어 766mg, 문어 830mg, 해삼 400mg, 모시조개 380mg이다.

    레시틴>>> 일명 인지질. 콩, 달걀 노른자에 많은 인산과 지질이 결합한 물질. 물과 지방이 잘 섞이게 하는 성질이 있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는 것을 막고 혈관 벽을 강화한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을 예방한다.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도와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을 막아주고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루틴>>> 루틴은 메밀이나 미숙 과일, 감자 꽃 등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비타민 C 결핍 증상을 연구하던 중 찾아냈다. 모세혈관을 강화하기 때문에 여러 출혈성 질환에 효과가 있다. 물에 잘 녹아 메밀을 먹을 때는 삶은 물까지 마셔야 효과적이다. 메밀 삶은 물은 기력을 증가시키고 눈과 귀의 기능을 높이며 열을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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