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2010.12.27

좋은 사람들과 ‘펀치 칵테일’ 어때요?

연말연시 와인보다는 ‘칵테일’ 사랑…“오감을 만족시키는 지상 최고의 음료”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12-27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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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들과 ‘펀치 칵테일’ 어때요?
    칵테일은 여성을 유혹하는 술로 통한다. 독주(毒酒)의 쓴맛을 싫어하는 여성도 칵테일 특유의 달달함을 음미하며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취해버리기 때문. 바에 앉아 칵테일 한 잔을 하며 바텐더나 옆자리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덧 술에 취해, 또는 음악과 사람에 취해 밤을 훌쩍 새운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말부터 서울 압구정동의 ‘핫’한 바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칵테일이지만, 2000년 이후 한국을 강타한 ‘와인 열풍’으로 잠시 주춤했던 게 사실. 그런데 최근 칵테일이 웰빙(well-being)과 프레시(fresh), 퓨어(pure), 오가닉(organic)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와인 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대형마트에서 와인을 판매하면서 집에서 이를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고, 그 결과 와인에 대한 거품이 걷히며 우후죽순 생겨났던 와인 전문 바도 사라졌죠. 그러면서 칵테일이 다시 ‘핫’한 주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과거처럼 양주와 양주, 시럽 등만 섞는 게 아니라 생과일을 갈아 넣기도 하고 샴페인과 와인, 커피, 요구르트를 활용하는 등 칵테일 레시피도 매우 다양해졌어요.”

    바카디 코리아 홍보이사이자 믹솔로지스트(Mixologist)인 김봉하(31) 씨의 설명이다. 여기서 믹솔로지스트는 바텐더의 개념을 넘어 ‘음료와 음료 그리고 음료와 사람, 음악, 공간, 문화를 혼합하는 전문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만의 칵테일 레시피를 담은 ‘믹솔로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믹솔로지스트로 활동해온 김씨는 “지난 10년 동안 칵테일을 마시는 문화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김봉하 씨 “손님이 만들어달라고 주문”

    “우선 마시는 사람들의 주관이 확실해졌어요. 예전엔 저희에게 추천을 받아 마시는 등 수동적인 자세였다면, 지금은 ‘패트론으로 마르가리타 한 잔 만들어달라’ ‘봄베이 사파이어 몇 대 몇으로 섞어달라’는 등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밝히며 주문하는 고객이 많아졌죠. 또 과거엔 양주와 시럽을 섞는 게 다였다면, 지금은 제철 과일을 주로 사용합니다. 술과 생과일을 잘 섞으면 술 특유의 독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맛도 신선하고 좋기 때문이죠.”



    또 그는 “무엇보다 사람들은 즐겁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덧붙였다. 즉 괴롭거나 속상할 때 이를 해소하려고 술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서 술을 음미하며 마신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바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믹솔로지스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똑같은 레시피로 만든 똑같은 칵테일이라 해도 어제는 최고의 술이, 오늘은 최악의 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를 찾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기분으로 칵테일 한 잔을 할 수 있게 그 사람의 오감(五感)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좋은 재료와 깨끗한 얼음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요. 신선한 식자재가 눈에 보이게 인테리어를 하고, 단순히 방향제를 뿌리기보다 오렌지나 레몬 껍질 등을 바 중간 중간 놔둬 은은한 향을 오랫동안 머금게 하죠. 음악 선곡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사람들의 몸동작을 살펴봐야 해요. 자연스럽게 음악이 공간에 녹아들면 고객의 몸도 편안하게 움직이거든요. 바를 고를 때 이렇게 오감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곳인지 꼭 살펴봐야 합니다.”

    부산 출신인 김씨는 1990년대 말 잘 다니던 대기업을 갑자기 그만뒀다. 열정을 쏟을 무언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 술이라곤 소주밖에 몰랐던 그가 우연히 칵테일을 알게 됐고, 1998년부터는 직접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2002년 무작정 상경한 뒤 청담동 유명 바인 ‘74 BAR · LOUND’에서 7년 동안 일하며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왔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믹솔로지스트로 성장한 김씨는 전문 바텐더를 양성하는 ‘바카디 아카데미’를 만들어 교육하며, 세계 유명 믹솔로지스트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그는 유명 브랜드와 칵테일 간의 ‘믹솔로지’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벤츠 코리아와 함께 ‘벤츠 마르티니’를 만들어 한 행사에서 선보인 적이 있어요. 저도 벤츠라는 브랜드를 맛으로 형상화했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웠고, 벤츠 코리아 관계자들도 매우 좋아했죠. 앞으로도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루이비통 마르가리타’ ‘BMW 마르티니’ ‘애플 다이커리’ 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최근 차를 활용한 칵테일 인기

    좋은 사람들과 ‘펀치 칵테일’ 어때요?

    믹솔로지스트 김봉하 씨.

    그렇다면 최근 가장 ‘핫’한 칵테일은 뭘까. 김씨는 “차(tea)를 활용한 칵테일, 특히 요가 수행자들이 주로 마셨다는 요기 티(yogi tea)를 사용한 칵테일이 매우 인기가 좋다”고 했다. 요기 티는 정향싹, 흑후추, 소두구 씨, 생강 뿌리, 시나몬 뿌리 등에서 우려낸 차를 말한다. 요기 티 칵테일은 차게 만들기도 하고 뜨겁게 만들기도 하는데, 각각이 주는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다.

    연말연시 각종 모임이 많은 때다. 이를 위한 주류 아이템으로 김씨는 펀치(punch)를 추천했다. 펀치는 커다란 유리그릇이나 주전자에 얼음과 함께 담아놓은 후 조금씩 뜨거나 따라서 마시는 음료로, 와인으로 만든 펀치인 샹그리아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제철 과일을 넣어 만든 과일 펀치나 모히토 펀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펀치는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어, 특별한 손님을 대접할 때 유용하다.

    “펀치는 웬만한 파티나 모임에서도 자주 마실 만큼 일반화된 칵테일입니다. 매일 마시는 맥주나 소주가 아니라, 색다르게 펀치를 만들어 연말이나 연초 분위기를 내보는 거죠. 특히 펀치가 매력적인 이유는 알코올 도수를 쉽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술이 약한 사람은 술이 적게 들어가고 얼음이나 과일이 많이 들어간 펀치를 마시는 거죠. 아이들과 함께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알코올을 아예 빼면 되니까요(웃음).”

    분자 칵테일을 아십니까?

    캐비아 형태로 만들어 먹기 편하고 여러 가지 맛


    좋은 사람들과 ‘펀치 칵테일’ 어때요?
    스페인 엘 불리 레스토랑의 수석 주방장 페란 아드리아가 만든 요리에서 달걀노른자는 실은 망고이고, 거품은 파마산 치즈다. 즉, 망고와 파마산 치즈를 미세하게 쪼개고 가열해 달걀노른자와 거품 형태로 다시 만들어낸 것. 이런 형태의 요리를 ‘분자 요리’라 한다. 그리고 이 기법을 칵테일에 활용한 것이 바로 분자 칵테일이다.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된 술 한 조각과 얇게 썬 사과 사이에 낀 술 젤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액체인 술에 알진(algin)이나 아가(agar) 분말을 넣어 분자 구조를 변화시키면 젤리나 캐비아처럼 말랑말랑한 고체로 변하는데 이것이 분자 칵테일의 기본 원리. 봄베이 사파이어 진으로 만든 ‘사파이어 스파게티’, 봄베이 사파이어 진과 마르티니로 만든 ‘큐브 사파이어 마르티니(사진)’, 사과와 보드카로 만든 ‘애플 샌드위치 마르티니’가 대표적이다.

    특히 캐비아 형태로 만든 분자 칵테일은 다른 칵테일 음료나 요리 등에 데커레이션으로 활용된다. 김봉하 씨는 “올리브나 석류처럼 씨가 있어 먹기 힘든 과일의 즙을 술과 섞어 캐비아 형태로 만들어 다른 칵테일에 얹어놓으면 먹기도 편하고 색다른 여러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달고 맛있지만 도수가 그대로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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