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9

2010.10.25

인삼은 정력 탱탱 ‘천연 비아그라’

정자 기능 향상·고환 기능 개선 … 佛에서도 ‘사랑의 미약’으로 인정

  • 박길명 자유기고가 myung@donga.com

    입력2010-10-25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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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은 정력 탱탱 ‘천연 비아그라’
    “장백산 인삼이 동이 나고 팔도 벌통이 텅텅 비었구나.”

    ‘인삼정과’를 즐겼다는 조선시대 연산군의 방탕한 생활과 실정을 빗대어 민간에 전승되던 노래다. 인삼정과는 꿀에 재운 인삼으로, 술이나 차와 함께 먹었다. 인삼은 오래전부터 정력제로 인식됐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다’라는 뜻의 ‘인삼정과 없는 기생 첩방’이라는 속담도 여기에서 나왔다.

    조선시대 최장수 왕으로 83세까지 왕위를 누렸던 영조는 인삼을 최고의 보약으로 여겨 72세 되던 해에는 1년에 무려 20여 근의 인삼을 먹기도 했다. 인삼이 정력 식품이라는 점은 유럽에도 적잖이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유력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1991년 8월 15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사랑의 미약(媚藥)’이라는 주제로 인삼의 효능을 다뤘는데, 이 기사에서 성의학 전문가 자크 웨인베르그 박사는 “인삼의 학명인 파낙스(Panax)는 만병통치약을 뜻한다. 인삼은 원기 회복은 물론,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자연강장제”라고 강조했다.

    성호르몬 분비 촉진 발기력 개선

    인삼은 정력 탱탱 ‘천연 비아그라’

    고려인삼, 특히 홍삼은 감퇴한 고환 기능을 되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성기능은 주로 두 가지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생식과 발기. 생식은 최근 급증하는 남성 불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자가 생산되지 않는 무정자증, 정자 감소증, 정자의 운동성 감소가 불임의 주된 원인이다. 이는 기형아 출산과 함께 산업화의 폐해인 환경오염 탓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남성이 50대에 이르면 정자 기능이 급격히 약화되는데,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람마다 그 차이가 크다. 생식 다음의 문제는 남성들의 일반적인 고민인 발기부전. 음경이 성행위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발기하지 않거나 발기하더라도 유지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남성의 성기능 장애 중 생식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삼을 섭취하면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의 기능이 회복된다는 내용이다. 불임 환자나 늦둥이를 간절히 원하는 갱년기 부부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소식이다. 제10회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 대전대 임상병리학부, 건국대 생명과학부, 한국인삼공사가 공동연구로 ‘고려홍삼이 노령 흰쥐의 고환 기능 감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건국대 김시관 교수팀 등은 흰쥐 실험을 바탕으로, 혈액 화학지수 분석과 고환 내 정세관의 조직학적 관찰을 통해 정자 형성 과정 및 정자의 운동성을 분석했다. 이 실험결과에 따르면, 고려홍삼이 노화와 환경 독성물질로 인한 고환 기능 감퇴를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화로 감퇴한 여러 성기능이 두드러지게 개선됐다. 또한 노화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호르몬 수치를 정상화시키고 남성 호르몬 함량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가장 큰 관심은 발기력이다. 많은 남성들이 인삼을 먹으면 성적 욕구가 왕성해지고, 발기력이 좋아지며, 성교 시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다행히 이런 욕구를 속 시원히 해결해준 연구결과가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영득 교수팀은 2007년 6월부터 10월까지 외래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홍삼 효능 실험을 실시, “홍삼이 남성의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 교수팀은 먼저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홍삼 농축액을 200mg짜리 캡슐로 만들어 하루에 4알씩 복용하게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홍삼 캡슐과 맛, 모양, 크기가 같지만 홍삼 성분이 전혀 없는 위약(가짜 약)을 먹게 했다. 단, 실험을 마칠 때까지 누가 진짜 홍삼 캡슐을 먹고 누가 위약을 먹었는지는 모르게 했다. 4개월 후 이들의 발기력을 측정했다. 남성의 발기력을 평가하는 ‘국제발기능지수(IIEF5+1·International Index of Erectile Function)는 30점 만점. 홍삼 캡슐을 먹은 그룹은 17.2점에서 23.2점으로 올랐다. 그러나 홍삼 성분이 없는 위약을 복용한 그룹은 17.7점에서 19.6점으로 변했다. 홍삼 캡슐을 먹은 그룹은 성교 시 만족도도 6.5점에서 9.7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위약을 복용한 그룹은 7.2점에서 8.6점으로 좋아졌다.

    인삼은 정력 탱탱 ‘천연 비아그라’

    고려인삼이 정력에 좋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면서 ‘천연 비아그라’라는 별칭을 얻었다.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

    최 교수팀은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홍삼이 가진 발기력 향상 효과는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홍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이 발기부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교수팀의 분석이다. 그동안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홍삼의 핵심 사포닌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Rg3는 고환에 작용해 남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음결혈관으로 가는 혈액량을 많게 해 발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팀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심장이 심하게 뛰는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데,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홍삼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일부 위약에 대한 반응은 환자의 심리 작용 때문에 생긴 효과로 보면 된다.

    이에 앞서 2004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성의학회 총회에서 브라질 엔리코 안드라데 박사팀도 홍삼이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 60명을 2개 집단으로 나눠 실험군은 고려홍삼을 매일 3회씩 12주간 섭취하게 하고, 대조군은 위약을 복용하게 한 결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구팀은 홍삼을 섭취하더라도 남성 호르몬이나 콜레스테롤 수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부작용의 우려가 적다는 장점을 꼽았다. 화학 성분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삼은 천연 약물로서 강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인삼을 부작용이 없는 천연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시적인 성 자극이 아닌 원천적으로 정력을 길러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범람하고 화학 치료제의 부작용이 엄연히 상존하는 현실에서, 또한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의 증가로 성기능 저하나 발기부전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수치심 없이 먹을 수 있는 인삼이야말로 ‘천연 비아그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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